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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28)가 마침내 메이저리그 정복길에 올랐다.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을 마무리한 강정호는 곧바로 애리조나로 이동해 넥센 히어로즈 훈련장에서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강정호는 앞으로 애리조나에서 개인훈련을 한 뒤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 야수 소집일인 2월 24일 플로리다주 브랜든턴으로 옮겨 본격적인 시즌 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는 유격수 뿐만 아니라 2루수와 3루수 수비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전들이 나갈 수 없을 때 포지션이 어디가 됐든 내야 수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계약 협상에 있어서 중요한 조건이었다. 그렇다면 강정호는 올시즌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백업으로만 뛰어야 하는 것일까. 강정호 입장에서는 일단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기량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헌팅턴 단장의 말대로 피츠버그는 1루수 페드로 알바레스(28), 2루수 닐 워커(30), 3루수 조시 해리슨(28), 유격수 조디 머서(29)로 내야 라인업이 짜여진 상태다. 강정호는 올시즌 이들의 백업으로 벤치를 지키게 된다. 이 가운데 당장 팀을 떠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알바레스는 2016년말 FA 자격을 얻는다. 이번 겨울이 연봉조정신청을 한 두 번째 스토브리그다. 알바레스는 지난 시즌 부상 때문에 18홈런에 그쳤지만, 2012~2013년 두 시즌 연속 30홈런 이상을 때린 피츠버그의 중심타자다. 입지가 확실한 선수다.
3루수 해리슨은 지난해 3할1푼5리, 13홈런을 때리며 입지를 확실히 굳혔고, 올해 28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FA 자격은 2017년 시즌 후 얻는다. 역시 입지가 탄탄하다. 유격수 머서는 내야수 4명 가운데 메이저리그 경력이 가장 적다. 풀타임 두 시즌을 마친 머서는 2018년이 끝나야 FA가 된다. 머서 역시 수비가 괜찮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타율 2할5푼5리, 12홈런을 기록하며 만만치 않은 타격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 4명이 지금의 신분을 유지한다면 강정호는 최소 두 시즌간 백업 역할을 맡아야 한다. 누군가 부상을 당하거나 트레이드되지 않는 이상 확실한 기회는 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실력을 높여 경쟁에 참가하는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스프링캠프부터 시작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신분을 어느정도 보장받았다 해도 스프링캠프에서 클린트 허들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얻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신분을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시작이 중요하다. 피츠버그는 3월 4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부터 4월 5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까지 32차례의 시범경기를 치른 뒤 4월 7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