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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신임 감독. 감독 부임 때부터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다. 어지러운 팀 상황, 거기서 나온 깜작 카드. 냉정히 말해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감독은 감독이 된 후 자신의 야구관을 팬들에게 알리기 위해 열심히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하다. '고교 감독이 프로에서 무얼 하겠느냐'라는 식이다. 이 감독도 이런 반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속이 상하기도 하지만, 시즌 개막 후 달라진 팀과 성적으로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런 이 감독을 부산에서 만났다. 그리고 과감한 질문들을 던졌다. 그의 속내를 들어봤다.
여기에는 진실과 오해가 공존한다. 이 감독은 "김승회 선발 전환을 생각해본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 감독의 생각은 이렇다. 현재 선발 두 자리가 공석인 가운데, 감독 입장에서 그 자리를 채울 구상을 해야했다. 이 감독은 "승회가 선발과 불펜을 오가던 투수 아니었나. 적응도, 구위도 선발쪽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본인의 의사다. 내가 넌지시 물었는데, 본인도 매우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했다. 보통 프로선수라면 불펜 투수로 특화된 선수가 아닌 이상 선발을 원한다. 선발로 10승하면, 연봉이 껑충 뛰기 마련. 시즌 중 몸관리도 용이하다.
그렇다고 이 안이 확정된 건 아니다. 김승회를 대신할 마무리 투수가 나온다는 전제 하 실현 가능한 조건이다. 이 감독은 "사실 김성배라는 훌륭한 마무리감이 있다. 최대성과 정대현도 후보가 될 수 있다. 세 사람 중 한 명이 캠프에서 '마무리로 되겠다'라는 인상을 주면, 그 때 김승회 선발 복귀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김승회 말고 대안이 없겠다라는 판단이 들면, 올해 마무리는 김승회"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김성배의 활약 가능성을 높이 점치고 있다. 마무리 자리에서 밀려나다시피하며 몸과 마음이 지쳤는데, 이 감독 부임 후 다시 의욕을 불태우며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김성배가 마무리로 가도 정대현 최대성 이정민이라는 확실한 우완 3인 불펜 체제 유지가 가능하기에 큰 문제가 없다.
주변에서는 이 감독에게 속편한 얘기를 많이 한다. "성적에 대한 압박이 없으시겠다"라는 말이다. 롯데는 지난해 CCTV 사건 등 엄청난 내홍을 겪었다. 이후 구단 수뇌부가 전원 물갈이되며 새판 짜기에 나섰다. 새 수뇌부는 이 신임 감독에게 "성적에 신경쓰지 말고, 리빌딩을 잘해달라"라는 주문을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단호히 선을 그었다. 이 감독은 "프로는 성적이다. 리빌딩도 어느정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며 진행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만족할 만한 성적이란? 일단 최소 목표는 5강 가을야구를 하는 것이다.
이 감독이 성적을 내고 싶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팬심 돌리기다.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이 감독은 "아마도 지난해 일련의 사태 때문에 많은 팬들이 화가 나신 상태다. 잘하겠다라는 말만으로는 팬심을 돌릴 수 없다. 화끈한 야구, 이기는 야구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전력 자체가 나쁘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우리를 꼴찌 후보라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타선은 10개 구단 중 어느 팀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다. 투수진도 마찬가지다. 선발진에서 1~2명의 선수만 새롭게 가세해준다면 우리도 충분히 싸워볼 만 하다"라고 했다. 새롭게 영입한 린드블럼, 레일리, 송승준까지는 로테이션 확정이다. 여기에 '포크볼러' 조정훈이 150km에 가까운 강속구를 뿌리며 재기의 신호탄을 쐈다. 리빌딩도 중요 작업이다. 이 감독은 "이인복이라는 투수를 눈여겨보고 있다. 선발진 합류가 충분히 가능한 유망주"라고 소개했다.
고교 감독 한계? 난 게임이 두렵지 않다.
이 감독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고교 감독' 꼬리표다. 현역 은퇴 후 2003년부터 모교 경남고 감독직을 수행했다. 지난 2014 시즌을 앞두고 롯데 2군 코치로 새출발을 했다. 시즌 도중 1루 베이스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그게 프로 1군 지도자로서의 경력 전부다. 때문에 프로 경험이 부족한 이 감독이 팀을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 '롯데는 이제 청룡기 대회 출전하느냐'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물론 나는 부족한게 많은 사람이다. 고교 야구와 프로는 비교할 수가 없다. 배울게 많다"라고 하면서도 "고교 무대든, 프로든 감독은 어느 경기에서라도 이겨야 하고 이기고 싶다. 승부에 대한 압박감은 똑같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수많은 토너먼트 대회를 치르며 '여기서 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야구를 해왔다. 그래서 게임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144경기를 치르는 프로무대에서는 조금 더 편안히 팀 운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꼭 이겨야 하는 경기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매경기 살떨렸던 고교 전국대회 토너먼트 경험이 자신을 어느정도 강하게 했다고 했다.
또 하나, 길지 않았지만 1루 베이스 코치로 1군 선수들을 옆에서 직접 지켜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 1루 베이스 코치는 아무래도 경기 중 심적 부담이 가장 덜한 자리. 경기 중, 그리고 경기 후 선수단 구석구석을 직접 체크할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선수와 코치들의 성향, 팀 돌아가는 분위기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명도 떨어지는 코치들의 영입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롯데는 이 감독 부임 후 코칭스태프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의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아 많은 지도자들이 고사를 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이 감독도 이 부분에 대해 크게 부인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감독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정말 간절히 선수들을 돕고 싶어했던 분들이 더욱 열의를 갖고 일해주시면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