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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판독 신청 2번 보장해도 되는 이유 [권인하의 눈]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5-01-04 13:36 | 최종수정 2015-01-05 07:48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 중 하나는 비디오판독(심판합의판정)의 도입이었다. 중계방송사의 화면에 의존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발달된 중계 카메라의 도움으로 많은 오심이 바로 잡혔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부터 시작된 비디오판독은 총 115차례 시행돼 이 중 47번이 오심으로 인정돼 번복됐다. 번복률이 40.8%였다.

한국보다 먼저 메이저리그가 지난해 시즌 시작부터 비디오판독을 도입했다. 중계방송이 아닌 전용 카메라로 찍어 확인하는 메이저리그의 비디오판독은 총 1275건 중 603건이 오심으로 확인돼 번복률이 47.3%였다. 한국의 번복률이 메이저리그보다는 낮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경우 감독이 심판에게 나가 항의를 하는 사이 구단 프런트가 중계방송 등의 화면을 보고 비디오판독 요청 여부를 결정하는데 비해 한국은 확인절차 없이 곧바로 요청해야하기에 한국의 번복률이 그리 낮다고만 볼 수는 없다.

비디오판독을 하면서 현장에서 오심에 대한 불만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첫 요청에서 번복이 되지 않을 경우 두번째 기회를 잃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메이저리그도 두번의 기회를 주고 첫 비디오 판정 때 오심이 아닌 것으로 판정되면 다음 기회를 잃는다. 그래서 구단에서 리플레이를 보고 확신이 설 때만 비디오 판정을 요청한다. 리플레이를 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도 주어진다. 그러나 한국은 경기 지연을 이유로 시간을 30초로 제한했고 이닝 종료 상황에서는 10초라는 시간만 줬다. 중계방송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첫 요청이 실패할 경우 후반 중요한 순간에 오심이 나와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오심인 것 같아도 100% 확신이 없다면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감독들이 경기 초반 오심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비디오판독을 포기했지만 중계방송 리플레이에서 오심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감독들은 비디오판독에 대해 대체로 만족감을 보이면서도 실패여부와 상관없이 두번의 기회를 보장해 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두번의 기회를 모두 보장해줄 경우 남용될 수 있는 점을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한경기에 총 4번의 비디오판독을 할 경우 경기 시간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것도 주저하게 한다.

하지만 두번의 기회를 보장하는게 경기시간을 크게 지연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 비디오판독은 곧바로 이뤄진다. 오히려 심판에게 항의하는 것이 경기시간을 더 늘리기도 한다. 게다가 비디오판독을 하지 않아 중계화면으로 오심인 것이 확인 됐을 때 선수단이나 심판, 관중 모두 찜찜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번의 기회를 주지 않아 찜찜하게 논란만 낳는 것보다는 신속하게 오심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비디오판독이 오심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행된다는 점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25일 오후 포항 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NC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2사 1루서 NC 지석훈이 내야 땅볼을 친 후 1루서 아웃되자 김경문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 덕아웃에 들어 섰던 삼성 박한이 등 선수들이 다시 그라운드로 나가고 있다. 합의 판정 결과 세이프가 선언되었다.
포항=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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