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즐길 때는 아닌 것 같아요. 2015년엔 우승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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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를 봐서 일까. 유한준은 이번 겨울도 똑같이 보내고 있다. 지난해 성공의 기쁨은 잠시 내려놓았다. 그는 "아직 즐기고 그럴 때는 아니다. 1년 했다고 되는 게 아니다. 매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며 웃었다.
절박했던 그의 변신 과정, '닭가슴살과 20홈런'
게다가 외국인 타자가 들어오면서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동시에 신예 문우람이 치고 올라와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허문회 타격코치와 이지풍 트레이닝코치와 대화를 나눈 그는 '변신'을 결심했다. 그동안 가졌던 고집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지풍 코치가 짜준 식단과 훈련 스케줄로 체중 불리기에 집중했다. 90㎏이던 몸무게는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100㎏이 됐다. 두 달이 안 되는 시간에 무려 10㎏을 불렸다. 그리고 시즌 때는 98㎏ 가량을 꾸준하게 유지해왔다.
유한준이 체중을 불린 건 장타력 때문이 아니다. 그는 "타구 스피드가 우선이었다"고 했다. 벌크업의 진정한 목적은 타구 스피드를 빠르게 만드는 것이었다. 빠른 타구로 인해 그라운드 내의 타구도 상대 수비가 잡기 힘들어지고, 빠지는 타구가 많아지게 된다. 안타가 안 될 타구도 안타가 되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늘어난 안타가 1년에 15개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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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도전과 성공, 이어진 '연봉 대박'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유한준은 "시즌 전만 해도 확실한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도전한다고 생각했다. 외국인 선수와 기존 선수들,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하위 타순에서 시작해 붙박이 3번 타자까지 올라왔다. 활화산 같은 넥센 타선의 '중심'이었다. 그는 "하위 타순에서 올라왔지만, 부담감은 없었다. 부상 이전인 2010년과 2011년에 3번을 쳤다. 오히려 편했다"고 했다.
연봉 협상도 1년만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넥센은 팀내 주요선수들은 남궁종환 부사장이 직접 협상에 나선다. 또한 12월 초부터 일찌감치 연봉 재계약 사실을 발표해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해준다. 유한준은 프로야구 최초 200안타를 친 MVP 서건창에 이어 히어로즈의 두 번째 계약 선수였다. 1억1500만원에서 2억8000만원으로 연봉이 수직상승했다. 인상률이 무려 143.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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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첫 만남에서 사인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액수가 달라졌다. 구단 역시 대폭 인상된 유한준의 연봉을 두 번째로 발표하며, 그를 한껏 치켜세웠다.
예비 FA, 더 중요한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
유한준은 '예비 FA'다. 2015년만 정상적으로 뛰면, FA 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 FA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그는 "FA를 미리 생각하는 것보다, 작년처럼 잘 해서 시즌을 마친 뒤 그때 가서 생각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FA라고 달라질 건 없다. 평상시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유한준은 FA에 대한 생갭다는 지난해 이루지 못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가 더욱 절실하다고 했다.
현대 때부터 이적 없이 한 팀에서만 뛰어온 그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현대 시절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갔던 2006년, 그때부터 함께 뛴 이택근, 손승락 같은 형, 동생을 물론, 2013년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한 새파란 후배들까지. 선수들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며 뛰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느낄 수 있던 한 해였다.
유한준은 "올해 느꼈다. 우승 하나만 보고 선수들이 희생하면서 뛰면, 팀워크는 물론 개인 기록은 따라오게 돼 있다. 선수들이 한 곳만 바라보며 뛰었을 때, 팀과 개인의 성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예비 FA보다 더 큰 목표, 한국시리즈 우승을 강조했다. 그는 "2015년엔 우승밖에 없다. FA를 떠나서 우승하면 모든 게 따라오는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유한준, 과연 그가 바라는대로 동료들과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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