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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문 감독 ‘3가지 결단’, LG 운명 바꿨다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4-12-26 09:19



10승 1무 23패 승률 0.303의 최하위. 지난 5월 13일 양상문 감독의 부임 당시 LG의 성적입니다. 하지만 시즌 막판 LG는 한때 5할 승률까지 올라왔습니다. 정규 시즌 최종일 62승 2무 64패 승률 0.492로 4위의 성적표를 받은 LG는 극적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양상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94경기에서 LG는 52승 1무 41패 승률 0.559를 기록했습니다. 그의 부임 전과 부임 후 LG의 성적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선수들의 면면이 갑작스레 바뀐 것도 아닌데 LG는 환골탈태한 듯 성적이 좋아졌습니다.

2014년 LG의 운명을 바꾼 것은 양상문 감독의 3가지 결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첫째, 정성훈의 1번 타자 기용입니다. 1번 타자는 발이 빨라 도루에 능한 타자라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성훈은 전형적인 1번 타자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좌타자가 많은 LG 타선의 특성 상 우타자 정성훈은 중심 타선 배치가 바람직하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양상문 감독이 1번 타자의 임무를 부여하자 정성훈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했습니다. 그는 정규 시즌에서 0.329의 타율을 기록했는데 1번 타순에서는 그보다 좋은 0.354를 남겼습니다.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초구를 기다리는 습관을 버리고 1회초 첫 타석에 선발 이재학의 초구를 받아쳐 좌중월 2루타로 6득점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정성훈으로부터 시작된 1회초 6득점은 준플레이오프 전체의 향배를 가르는 대량 득점이었습니다. 1차전에서 13:4로 대승한 LG는 여세를 몰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둘째, 신재웅의 불펜 전환입니다. 좌완 신재웅은 선발 요원으로 분류되었습니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이 필승계투조에 배치하자 무시무시한 강속구 투수로 변신했습니다. 이전까지 140km/h대 초반에 머물던 구속이 150km/h를 넘어섰습니다.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좌완 파이어볼러가 LG 불펜에 강림한 것입니다.

마무리 봉중근을 제외하면 믿을만한 좌완 필승계투조 투수가 없었던 LG는 신재웅의 보직 변경과 구속 향상으로 인해 리그 최강의 불펜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신재웅은 선발 경험을 갖춰 긴 이닝 소화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는 57경기에 등판해 8승 3패 8홀드 3.80의 평균자책점으로 2005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해를 보냈습니다.

셋째, 손주인의 3루수 전환입니다. 2013시즌을 앞두고 LG로 트레이드된 손주인은 주전 2루수를 꿰찼습니다. 유격수 오지환과의 키스톤 호흡도 훌륭했습니다. 6-4-3 병살 연결 시 포구에서 송구로 이어지는 손주인의 동작은 매끄럽고 민첩했습니다.

지난 7월 초 외국인 타자 조쉬벨이 방출되면서 LG의 3루는 무주공산이 되었습니다. 김용의, 백창수 등에게 기회가 주어졌지만 공수 양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양상문 감독은 손주인을 3루수로 이동시키고 박경수에 2루수를 맡기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주전 내야수의 포지션을 바꾸는 모험수는 적중해 LG는 내야가 안정을 되찾아 탄탄한 마운드를 뒷받침하며 도약했습니다.

양상문 감독은 취임 일성을 통해 '독한 야구'를 표방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시즌 중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리더의 결단이 조직의 운명을 바꾼 사례로 LG의 2014년이 기억될 것입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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