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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직 내던진 김수경 그후 1년, 선수 도전은 계속된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4-12-18 06:28 | 최종수정 2014-12-19 05:57


염경엽감독이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제3대 사령탑으로 공식 취임했다.염경엽 신임감독은 18일 오후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신임 감독 취임식을 겸한 1군 코칭스태프 발표 기자회견에서 '2013 시즌'의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KIA에서 투수코치로 활동한 이강철(46) 코치가 새 수석코치로 선임돼 염경엽 감독을 보좌하며 한화에서 주루코치로 활약했던 최만호(38) 코치가 외야수비 및 1루 주루코치로 동참했다.히어로즈의 김수경 신임 불펜코치가 조태룡 단장으로 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10.18/

한번 코치는 계속 코치고, 한번 감독은 영원한 감독이다. 프로야구에서는 대체로 그렇게 불린다.

1998년 신인왕 김수경(35). 그런데 호칭이 좀 애매하다. 김수경 선수, 김수경 코치 모두 왠지 어색하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1998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김수경은 2012년 말 넥센 히어로즈에서 은퇴할 때까지 15시즌 동안 346경기에 등판해 112승98패,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다. 2012년 시즌이 끝나고 33세 이른 나이에 히어로즈 불펜코치가 됐다. 착실하게 지도자 수업을 받는가 싶었는데 시즌이 끝나고 느닷없이 선수 도전을 발표했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코치 김수경은 "후회없이 선수로 한 번 도전해보겠다"며 팀을 뒤로 했다. 구단에서는 "1년을 해보고 안 되면 돌아오라"고 했다. 고마운 말이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코치로 선수를 지도하면서 틈틈이 몸을 만들고 어깨를 시험했다. 그렇다고 대놓고 훈련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코치직을 내던진 김수경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다. 그는 "현대, 히어로즈에만 있었는데, 새로운 환경에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야구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기대가 컸다.

선수 은퇴 후 코치가 되면 연봉이 크게 줄지만, 독립구단 선수 연봉은 더 아래였다. 입이 무거운 그에게 고양 시절 연봉을 물었더니 "2000만원대였다. 나는 그래도 다른 선수보다 좋은편이었다. 동료들도 그랬지만 연봉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당연히 김수경의 목표는 프로구단 입단이다. 하지만 잔부상이 있었고, 여러가지 개인적인 일이 겹쳐 프로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가을 고양 원더스가 해체를 발표했다. 지금 김수경은 소속팀이 없는 무적선수, 자유인이다.

선수로 돌아온 지 1년. 김수경은 여전히 마운드를 열망하고 있다. 그는 요즘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한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LG 트레이너 출신 야구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2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시범경기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의 마지막 투수로 나온 김수경이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3.27.
1년의 시간을 허비한 것일까. 김수경은 단호하게 "아니다"고 말한다.

"선수로 있을 때는 선수의 눈높이로 야구를 봤고, 코치로 있을 때는 다른 야구가 보였다. 나와보니 야구가 또 다르게 보였다. 김성근 감독님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배우는 과정에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면을 봤다고 했다. 김수경은 "이전에 안 해 본 것을 해봤다. 히어로즈에서 그만둘 때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계속 한 팀에 있다보니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지 못했다. 지난 1년 간 충분히 많은 경험을 해봤다"고 했다.

김수경의 목표는 프로 입단, 정확히 말하자면 "내 공을 한 번 제대로 던져보는 것"이다. 코치를 그만두고 선수로 나선만큼 스스로 만족할만한 공을 다시 던지는 것이다.

지금 김수경은 오랜 공백을 딛고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선배 박명환(37)을 생각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에서 FA(자유계약선수)가 되어 LG 트윈스로 이적한 박명환은 부상 때문에 새 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LG 소속으로 2010년 1군 등판이 마지막이었는데, 팀을 떠나 무적 상태에서 나홀로 훈련을 했다. 지난해 프로팀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테스트를 연 박병환은 그해 10월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다. 김수경은 퓨처스리그(2군) 경기 때 선배 박명환과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현재 몸 상태는 완벽에 가깝다. 내년 초에 공개테스트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일 수도 있지만 김수경의 가슴은 뜨겁다.

그렇다고 안 되는 걸 미련하게 고집할 생각은 없다. 김수경은 내년 1년이 도전의 마지막이라고 했다. 전성기 때 공을 던질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실 가족을 생각하면 도전만 생각할 수도 없다.

"내년에 안 되면 깨끗이 포기하겠다. 다만 선수 시절 못 해본 걸 마음껏 해보겠다."

여전히 앳된 얼굴인데, 흘러간 시간이 흔적을 남겼다. 최고의 시기를 함께했던 많은 선배, 동료들이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다른 길을 찾아갔다. 이제 LG 박용택, KIA 타이거즈 최희섭 정도가 남은 동기생이다.

쉽지 않은 길을 찾아 나선 김수경의 의미있는 도전을 지켜보자.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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