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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코치는 계속 코치고, 한번 감독은 영원한 감독이다. 프로야구에서는 대체로 그렇게 불린다.
선수 은퇴 후 코치가 되면 연봉이 크게 줄지만, 독립구단 선수 연봉은 더 아래였다. 입이 무거운 그에게 고양 시절 연봉을 물었더니 "2000만원대였다. 나는 그래도 다른 선수보다 좋은편이었다. 동료들도 그랬지만 연봉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했다.
당연히 김수경의 목표는 프로구단 입단이다. 하지만 잔부상이 있었고, 여러가지 개인적인 일이 겹쳐 프로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가을 고양 원더스가 해체를 발표했다. 지금 김수경은 소속팀이 없는 무적선수, 자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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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로 있을 때는 선수의 눈높이로 야구를 봤고, 코치로 있을 때는 다른 야구가 보였다. 나와보니 야구가 또 다르게 보였다. 김성근 감독님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배우는 과정에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면을 봤다고 했다. 김수경은 "이전에 안 해 본 것을 해봤다. 히어로즈에서 그만둘 때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계속 한 팀에 있다보니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지 못했다. 지난 1년 간 충분히 많은 경험을 해봤다"고 했다.
김수경의 목표는 프로 입단, 정확히 말하자면 "내 공을 한 번 제대로 던져보는 것"이다. 코치를 그만두고 선수로 나선만큼 스스로 만족할만한 공을 다시 던지는 것이다.
지금 김수경은 오랜 공백을 딛고 NC 다이노스에 입단한 선배 박명환(37)을 생각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에서 FA(자유계약선수)가 되어 LG 트윈스로 이적한 박명환은 부상 때문에 새 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LG 소속으로 2010년 1군 등판이 마지막이었는데, 팀을 떠나 무적 상태에서 나홀로 훈련을 했다. 지난해 프로팀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테스트를 연 박병환은 그해 10월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다. 김수경은 퓨처스리그(2군) 경기 때 선배 박명환과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현재 몸 상태는 완벽에 가깝다. 내년 초에 공개테스트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도전일 수도 있지만 김수경의 가슴은 뜨겁다.
그렇다고 안 되는 걸 미련하게 고집할 생각은 없다. 김수경은 내년 1년이 도전의 마지막이라고 했다. 전성기 때 공을 던질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실 가족을 생각하면 도전만 생각할 수도 없다.
"내년에 안 되면 깨끗이 포기하겠다. 다만 선수 시절 못 해본 걸 마음껏 해보겠다."
여전히 앳된 얼굴인데, 흘러간 시간이 흔적을 남겼다. 최고의 시기를 함께했던 많은 선배, 동료들이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다른 길을 찾아갔다. 이제 LG 박용택, KIA 타이거즈 최희섭 정도가 남은 동기생이다.
쉽지 않은 길을 찾아 나선 김수경의 의미있는 도전을 지켜보자.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