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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날아갑니다."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에게 '끝'이란 없다. 투혼을 발휘해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한다. 플레이오프 탈락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구 반대편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날아간다. 무슨일일까.
아쉬움은 그 자리에서 모두 날렸다. 양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1일 잠실구장으로 출근해 다가오는 마무리 훈련에 대한 회의를 했다. LG 선수단은 4일부터 일본에서 마무리 훈련을 실시한다. 코칭스태프는 참가 선수단 확정, 스케줄 조정 등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당초 양 감독은 4일 곧바로 선수단에 합류할지, 아니면 코치들에게 훈련을 맡기고 며칠 휴식을 취한 후 합류할지 선택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회의를 통해 양 감독의 스케줄이 변경됐다. 양 감독은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날아간다. 쉴 시간도 없다. 3일 새벽 출국한다. 양 감독의 생각은 오직 내년 시즌에만 맞춰져 있다. 힘든 정규시즌 마지막, 그리고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심신이 지쳤을 양 감독이지만 힘겨운 스케줄을 스스로 선택했다.
양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두 말 할 필요없는 것 아닌가. 내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출국한다. 현재 도미니카 공화국 리그가 한창인 때라고 한다.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오겠다"라고 했다. 강상수 투수코치와 유지현 수비코치가 양 감독을 보좌한다. 일정은 2주일이다. 마무리 훈련은 차명석 수석코치가 당분간 진두지휘 한다.
양 감독이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날아간다고 해서 LG가 내년 시즌 새 외국인 선수로 모두 교체한다는 뜻은 아니다. 양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부터 애를 먹였던 티포드를 제외하고, 리오단-스나이더의 활약에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일단 두 사람과의 재계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되, 혹시 모를 보석과 같은 자원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고행길을 선택했다.
보통 프로야구 감독들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마치고 나면 몸살로 앓아 눕는 것이 보통이다. 극도로 긴장했던 상황에서 그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한다. 양 감독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포스트시즌보다 더 치열한 경기를 했기 때문. 그래서 양 감독의 도미니카 공화국행은 투혼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감독과 투혼, 썩 어울리는 조합의 단어는 아니지만 현재 상황은 확실히 그렇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