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준PO] 투수운용의 대가, 양상문 감독의 고감도 교체전략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10-23 12:12


22일 경남 창원시 마산구장에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NC다이노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1,2루서 NC 이종욱을 내야 플라이 처리 한 LG 이동현이 환호하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10.22.

프로야구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이 바로 투수교체다. 언제, 어떤 유형의 투수를 투입해야 하는 지에 관한 결정. 정답이라는 게 애초에 없다.

기본적인 룰은 '가장 좋은 구위의 투수를 가장 좋은 타이밍에 투입한다'다. 하지만 실전에서 나타나는 투수의 컨디션과 구위, 그리고 타이밍이라는 변수를 명확히 수치화할 수는 없다. 그래서 기본 데이터와 투수코치의 보고사항, 경기 흐름 등을 보고 교체를 결정하는 방식이 감독들마다 다 다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에 나타나고 있는 LG 양상문 감독의 투수교체는 확실히 돋보인다. 양 감독의 투수 운용 철학이 명확한 색깔을 드러내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투수 이론 전문가'라는 양 감독의 이력이 고스란히 반영된 투수 교체다.

양 감독의 명쾌한 투수교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입증된 바 있다. 가깝게는 올해 LG의 기적같은 순위 반등의 배경에 양 감독의 확실한 투수운용법이 있었다. 투수들의 역할을 명확히 정해준 뒤 절대 무리한 등판을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불펜 투수들은 대략 어느 시점에 자신이 나갈 것인 지에 대해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었다. '이 쯤에서 내가 나간다'는 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실제로 LG 마무리 봉중근은 "투수가 자신의 등판 시점을 알고 있으면, 준비를 더 철저히 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양 감독님은 투수들에게 이런 부분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셨다. 그래서 더 힘이 났다"는 말을 시즌 막판에 한 적이 있다.

이러한 양 감독의 확실한 투수 운용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 건 바로 22일에 열린 준플레이오프 2차전 때였다. LG는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4대2로 이겼다. 점수차에서 알 수 있듯 박빙 승부였다. 특히 LG는 선발 우규민이 5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다 6회부터 위기를 맞았다. 불펜의 필승조가 총출동할 수 밖에 없었다. 양 감독의 색깔은 바로 이 시점부터 나왔다.


22일 경남 창원시 마산구장에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NC다이노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4대2로 승리한 후 LG 양상문 감독이 봉중근 등 선수들과 주먹을 맞추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10.22.
3-0으로 LG가 앞서던 6회말. NC가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1번 박민우가 나왔다. 그러자 양 감독이 움직였다. 우규민을 내리고 좌완 신재웅을 올렸다. 원래 양 감독의 계획은 선발 우규민 이후의 불펜 1순위는 신정락이었다. 하지만 NC가 우규민 공략을 위해 좌타자들을 상위 타선에 모조리 투입한 상황. 우규민과 투구 스타일이 비슷한 신정락이 고전할 수 있었다.

양 감독은 유연한 사고력을 지닌 사령탑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변화가 정답이다. 원래 구상 대신 좌완 신재웅을 선택했다. 오른손 옆구리 투수 우규민과는 전혀 스타일이 다르다. 특히 좌타자들이 까다로워하는 좌투수다. 신재웅은 기대대로 박민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2루 주자 이상호가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되며 2사 1루로 상황이 변했다. 실점 가능성이 확 낮아졌다. 신재웅은 결국 6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7회말 NC 선두타자 테임즈에게 솔로 홈런을 맞자 다시 양 감독은 신정락을 투입했다. 하위 타선이라면 신정락이 잘 통할 것이라는 계산. 그런데 신정락은 얻어맞았다. 안타-삼진-안타-삼진-안타의 패턴으로 1점을 내줬다. LG는 3-2까지 쫓겼다. 2사 1, 3루로 동점에 역전주자까지 나가있는 상황. 결과적으로 신정락 카드는 실패였다.


여기서 양 감독의 투수 운용전략이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우완 정통파 이동현을 냈다. 힘있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 마침 첫 상대가 박민우다. 안타 하나면 동점의 위기. 그러나 양 감독은 이동현이 동점을 내줘도 상관없다고 봤다. 게다가 땅볼 유도형 투수인 신정락이라면 자칫 발빠른 박민우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할 수도 있었다. 대신 힘으로 윽박지르는 이동현이라면 자신감이 떨어진 박민우를 삼진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 감독의 이 판단은 정확했다. 이동현은 박민우를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22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 NC다이노스와 LG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가 NC에 4대2로 승리하며 시리즈 2승을 먼저 달성했다. 경기 종료 후 봉중근과 최경철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0.22
8회에도 위기는 있었다. 이동현이 2사 1, 2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상대는 베테랑 이종욱. 필승 마무리 봉중근이 투입될 만 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여기서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동현을 믿었다. 왜 였을까. 양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이렇게 설명했다. "그때 이동현이 차라리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하더라도 상관없다고 봤다. 연장에 가면 불펜진에 여유가 더 있는 우리가 유리하다. 하지만 만약 봉중근을 투입해 동점이 됐다면 그건 LG의 크나큰 손실이다. 전체 시리즈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이동현이 잘 막아줬다."

계산과 배짱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봉중근은 4-2로 앞선 9회말에 홀가분하게 나와 세이브를 챙길 수 있었다. 한 경기만을 보지 않고, 시리즈 전체를 아우른 양 감독의 투수 운용법이 빚어낸 결과였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