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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기 끝-낮 2시-긴장감, 잠실벌 큰 변수였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10-03 17:43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첫 경기. 그리고 집중이 힘든 낮 2시 경기. 여기에 꼭 이겨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상황. 여러가지 악조건들이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악조건들이 경기에 미친 영향은 컸다.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3일 잠실구장. 인천아시안게임 휴식기로 경기를 쉬었던 양팀의 첫 경기. LG는 18일을 쉬었고, 넥센은 무려 20일 만에 실전 경기를 치렀다. 아무리 실전 훈련을 했다고 하지만 경기 감각이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날 경기는 공휴일 낮 2시 경기. 한 시즌 동안 야간 경기에 적응이 된 선수들이 집중하기 힘든 상황. 여러모로 양팀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여기에 긴장감까지 더해졌다. 그나마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넥센은 조금 더 낫다고 하지만, 4위 경쟁을 하는 LG는 무조건 이겨야 했다. 죽음의 5연전 첫 문턱을 잘 넘어야 했다. 넥센도 안정적인 2위 확정을 위해 하루 빨리 승수를 챙겨야 했다. 밴헤켄의 20승도 걸려있었다.

1회부터 어이없는 실책이 나왔다. LG 2루수 박경수가 넥센 1번 고종욱의 2루 땅볼을 처리하다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땅볼 타구가 느렸는데, 고종욱의 빠른 발을 의식했다. 송구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날아갔다. LG 선발 리오단은 고종욱을 상대로 무려 13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실책이 나왔다. 힘이 빠졌다. 만루 위기서 강정호에게 선제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넥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3루수 김민성과 2루수 서건창이 부진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민성은 옆구리가 좋지 않아 본 대회 경기에서도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부상 여파인지, 컨디션 문제인지 저조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2회 무사 1, 2루 위기서 이병규(9번)의 기습번트 타구를 실책으로 연결시키며 위기를 자초했다. 같은 이닝 서건창도 최경철이 친 빠른 타구를 잡지 못해 내야 안타로 연결해주고 말았다. 평소 서건창의 수비 능력이라면 충분히 처리가 가능한 타구. 이 수비로 2-2 동점이 됐다. 이어진 상황서 투수 밴헤켄은 오지환의 강습 타구를 한 번에 잡지 못해 역전 점수를 허용했다. 역동작으로 잡는 타구라 어렵긴 했지만,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투수 앞 땅볼로 3루 주자의 홈인을 막을 수 있었다.

김민성과 서건창의 수비 집중력 부족은 다시 한 번 나왔다. 김민성은 3회 이병규(9번)의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빠지는 좌전안타 타구를 막아내지 못해 추가점을 허용하게 했다. 김민성은 3루 베이스에서 한참이나 안쪽으로 떨어진 곳에 수비 위치를 잡았고, 타구가 멀지 않은 방향으로 굴러왔지만 옆구리가 아파서인지 몸을 제대로 숙이지 못했다. 서건창도 6회 추가 실점 후 이어진 1사 1루 위기서 박경수의 빠른 타구를 잡아내지 못해 안타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전 상황과 마찬가지로 평소 서건창이었으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타구였다. 다행히 바뀐 투수 장시환이 박용택과 이병규(7번)를 잘 처리하며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았다.

LG도 5-2로 앞서던 6회 수비 실수로 위기를 맞을 뻔 했다. 1사 2, 3루 위기서 서건창의 타구가 유격수 오지환 방향으로 평범하게 굴러갔는데, 공을 잡은 오지환이 송구 전 넘어지며 안타가 되고 만 것이다. 3-5 추격을 받았고 1사 1, 3루 위기가 이어졌다. 자칫했다가는 역전 위기로 몰릴 뻔했다. 하지만 서건창의 도루 실패와 박병호의 삼진으로 위기를 넘겼다. 위기 뒤에 기회라고 했던가. LG는 7회말 최경철의 1타점 적시타와 박경수의 밀어내기 볼넷, 그리고 박용택의 만루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여러 악조건들이 이날 양팀 선수들을 힘들게 했다. 양팀의 공식 실책은 1개씩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이는 양팀의 승부를 가른 큰 변수였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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