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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가벼운 공인구, 정말 문제일까?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9-18 11:14


금메달을 노리는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새로운 공인구다. 공식훈련이 시작된 뒤, 투수들은 "공이 가볍다"는 평을 내놓았다. 가벼운 공, 정말 문제가 될까.

야구는 보기보다 민감한 스포츠다. 공 하나가 달라져도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그래서 국제대회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바로 '새 공인구 적응'이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17일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펼쳤다. 아시안게임 공인구.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9.17/
특히 항상 공을 던지는 투수들에게 가장 민감한 게 공이다. 이번 대회 공인구는 일본산 '미즈노 200'이다. 이미 한 달 전에 대표팀 투수들에게 공인구가 지급됐지만, 시즌이 한창이라 대부분 공을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다. 시즌 중에 다른 공에 적응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훈련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공에 대한 적응에 나서고 있다.

미즈노사의 공은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사용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제대회 때 사용된다. 아마추어 대회에서 통용되는 공이다. 대표팀에 자주 차출된 선수들에겐 익숙한 공이기도 하다.

미즈노사의 공도 변화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까지만 해도 미즈노 150을 사용했다. 훈련을 시작한 뒤, 미즈노 200을 써 본 투수들의 평은 "가볍다"이다. 선수들에 따라 느끼는 바가 차이는 있지만, 국내 공인구보다 다소 작다는 느낌도 받고 있다. 미즈노 200은 국내에서 쓰는 공인구와는 가죽과 실밥의 형태가 조금 다른 게 사실이다.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첫 훈련에서 배팅볼을 던진 조계현 투수코치, 그리고 불펜피칭을 한 임창용은 새 공인구가 낯선 표정이었다. 타자들에게 정확히 공을 던져줘야 하는 배팅볼을 직접 던진 조 코치는 "한국 프로야구 공인구보다 약간 가벼운 느낌이다. 분명히 낮게 던졌는데 조금 높게 가더라"고 밝혔다.

임창용 역시 후배들에게 "공이 조금 뜬다. 조금 가벼운 것 같다"고 말해줬다. 임창용은 2012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마무리로 뛰면서 미즈노 150을 써왔다. 비슷한 공을 써봤지만,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와 한국야구를 거치면서 미즈노사 공의 감각을 다소 잃은 듯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공식 훈련을 시작했다. 임창용이 수비 훈련을 위해 투구를 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cjg@sportschosun.com/2014.09.16/
하지만 일본의 공은 국내와 큰 차이는 없다는 게 정설이다. 새 공인구에 대한 적응은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사실 WBC에서 사용되는 메이저리그 공인구의 경우, 야구장에서 사용되기 전 러빙 머드(rubbing mud)라는 특수 진흙을 바르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실밥이 도드라지지 않고 꽉 조여 있어 손에 걸리는 느낌에 큰 차이가 있다. 공을 던질 때 미끄럽다는 느낌을 받는데다 실밥을 채서 공을 던지는 구종이 주무기인 투수들은 애를 먹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프로야구의 공은 그 차이가 덜하다. 이번에도 미끄럽다거나 실밥을 이용하기 힘들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가벼워진 것에 맞춰 컨트롤을 신경 쓰면 될 뿐이다.

조계현 코치는 이틀째 훈련에서 투수들의 불펜피칭을 지켜본 뒤, "공인구 적응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소 가벼운 느낌이 있을 뿐, 똑같다는 것이다. 조 코치는 "야구 잘 하는 선수들이니 습득력이 다르다. 수준이 있는 선수들이라 금방 익숙해진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에 처음 선발된 이재학도 훈련을 마치고 "평소 쓰는 공보다 조금 미끄럽다고는 하는데 무게나 이런 면에선 내가 무딘 건지 큰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봉중근 역시 "9개 팀에서 최고 잘 하는 선수들이 모였다. 공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불펜피칭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은 강민호는 "시즌을 계속 치르다 왔으니, 공을 던지는데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실전감각이 충분해 쉽게 극복할 것이라고 봤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17일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펼쳤다. 김민성, 김상수, 강정호가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9.17/
그렇다면 공을 치는 타자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타자들에겐 이번 공인구가 반갑기만 하다. 탄성이 좋아 타격훈련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 실제로 배팅훈련 때 잠실구장 담장을 넘어가는 공이 평소보다 많아 타자들도 놀라는 표정이다.

반발계수가 높은 건 장타가 많이 나옴과 동시에 수비에서 타구의 질이 달라짐을 의미한다. 타격시엔 잠시 기분이 좋아질 지 모르지만, 수비 때는 바짝 긴장을 해야 한다.

내야수 김민성은 수비훈련과 배팅훈련에서 받은 공인구의 느낌에 대해 "마치 '탱탱볼' 같다"고 했다. 그는 "타격시에 맞아 나가는 느낌이 너무 기분 좋다. 시원시원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수비할 때는 타구가 좀 빠르더라. 바운드가 튀고 이런 걸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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