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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이재학의 체인지업은 특별하다. 직구처럼 오다 스트라이크존 앞에서 뚝 떨어진다. 팔을 최대한 숨겨 나오는 사이드암투수인데 직구와 체인지업의 팔 스윙이나 각도까지 똑같다. 타자들은 "알고도 못 친다"고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다.
이재학을 지난해 평균자책점 2위(2.88)에 신인왕으로 이끈 그 공이다. 하지만 풀타임 2년차 시즌인 올해는 이 체인지업이 어딘가 불안하다. 체인지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고, 이마저도 예리한 맛이 사라졌다. 상대를 압도하는 무기로서의 힘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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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탓에 볼살도 홀쭉해졌다. 체중도 다소 줄었다. 하지만 자꾸 안 좋은 생각을 할수록, 본인에게 마이너스일 뿐이었다.
이재학은 경기 중에도 최일언 투수코치나 포수 김태군과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문제점이 있다면, 경기 중에라도 빠르게 수정하려 하는 것이다. 김태군은 "재학이는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낮게 던지라고 계속 얘기하면 또 금세 따라온다"고 했다.
14일 경기에서도 초반에 좋지 않던 체인지업이 잡힌 건 최 코치의 원포인트 레슨 덕분이었다. 이재학은 "하체를 못 쓰고 있다고 코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리 안쪽 부위를 밀어주면서 던지라고 하셔서 그것만 생각한 다음에 포수 태군이형의 미트를 보고 바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아직 성에 안 찬다"는 그는 다시 밝은 얼굴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야수들이 나를 보고 있는데 되든 안 되든 밝게 하려고 하고 있다"며 웃었다. 술, 담배도 하지 않는 이재학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샤우팅'이다. 그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않나. 방에서 혼자 베개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소리를 지른다"고 했다.
마음을 비울수록 좋은 결과가 올 수 있다. 부담감은 오히려 더 큰 족쇄가 될 뿐이다. 이재학은 NC가 퓨처스리그(2군)에 있을 때부터 '에이스'라는 상징성을 가진 투수였다. NC의 고공비행, 마지막 퍼즐은 바로 이재학이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