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고민한다. '괴물 신예' NC 나성범(25)의 진화의 끝은 어디일까.
8회 홈런 상황에선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좌측 담장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에 NC 덕아웃에서 모두가 일어났다.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자, 오히려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덕아웃에 있는 모두가 담장을 맞고 나와 3루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뜻깊은 기록을 세웠다. 홈런 2개 포함 5타수 5안타 1볼넷 6타점 6득점을 기록했는데 6득점은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이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6번 홈을 밟은 선수가 됐다. 그것도 자신의 홈런, 혹은 다른 선수의 홈런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NC의 활화산 같은 중심타선의 힘을 보여줬다.
사실 나성범은 경기 전부터 자신의 타격감이 좋지 않다며 걱정하는 눈치였다. 지난 주말 광주에서 KIA와의 3연전을 치르면서 다소 밸런스가 무너진 것을 느꼈다. 본인 스스로 "폼이 이상해졌다"고 말할 정도였다.
|
타구에 실리는 힘과 정확도 모두 향상됐다. 무결점 타자로 가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나성범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맞는 폼을 찾고 있다. "폼이 이상해졌다"고 한 것 역시 다른 밸런스로 쳤는데 홈런이 나와 변화 가능성을 점검한 것이다.
하지만 KIA와의 3연전에서 12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홈런도 없었다.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나성범은 "어제도 안타를 2개 쳤지만 밸런스가 좋지는 않았다. 좋았을 때 동영상을 보면서 다시 그때 폼으로 돌아가려 했다. 오늘 훈련 때도 그 부분을 신경 쓰면서 했다"고 털어놨다. 다시 좋았을 때로 돌아가려 애쓴 것이다.
6득점을 올린 이 날 역시 첫 타석까지 감이 안 돌아왔다. 나성범은 "첫 타석에도 억지로 만든 안타였다. 두번째 타석부터 감이 와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웃었다.
변화는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는 발전을 이끈다. LG 박용택 등 수많은 베테랑 타자들은 아직도 계속해서 폼을 바꾸어가면서 나이와 현재 상황에 맞는 최적의 폼을 찾는다.
나성범은 남다른 멘탈도 갖고 있다. 사이클링히트가 또 무산됐음에도 "지금까지 프로야구에서 사이클링히트는 16번 나왔다. 하지만 득점은 최고 기록 아닌가.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워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어 "가만 보면 여섯 타석 모두 홈런으로 편하게 득점했다. 홈런 3개를 친 테임즈와 장외홈런을 친 (조)영훈이형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갖춰가는 나성범이다. 경기가 끝나고 퇴근 길에도 나성범은 수십 명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같이 사진을 찍어줬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