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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현역복귀 KIA 최영필, "피하지 않겠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6-02 06:27


KIA 최영필의 복귀전 투구 장면.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나에게 가장 첫번째는 적극적인 승부다. 마운드에서 피해가지 않겠다."

불혹을 넘긴 KIA 타이거즈의 베테랑 우완투수 최영필(40)이 1군 마운드로 돌아왔다. 최영필은 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최영필의 복귀는 예정돼 있었다. 복귀일도 이날로 예고돼 있었다. 최영필의 신분이 신고선수였기 때문에, 신고선수가 정식선수로 전환돼 1군에 올라올 수 있는 6월 1일에나 복귀가 가능했다.

KIA는 지난 3월 20일 최영필과 연봉 7000만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SK 와이번스가 코치직을 제의했으나 현역 연장의 꿈이 있던 최영필은 SK를 떠났다. 이후 모교인 경희대에서 인스트럭터로 후배들을 지도하며 몸을 만들었고, 테스트를 거쳐 KIA 유니폼을 입었다.

KIA는 한 명의 투수가 아쉬웠다. 유동훈 곽정철 박지훈 등 불펜투수들이 스프링캠프 기간에 연이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경험이 있는 중간계투 요원이 필요했다. 최영필은 그 적임자였다.

하지만 지난 1월 31일까지 새 팀을 찾지 못해 모든 팀의 보류선수 명단에 들지 못하면서 일이 꼬였다. KIA가 뒤늦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이미 신고선수로만 계약이 가능한 상태였다.

최영필은 2군에서 천천히 몸을 만들었다. 1군에 올라온 1일 경기에 앞서 만난 그는 "사실 아쉬운 부분도 컸다. 바로 경기에 뛰었으면 좋았을텐데, 여건이 안 됐다. 그래도 오히려 준비할 시간이 많아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퓨처스리그(2군) 기록도 좋았다. 마무리 투수로 나서 20경기서 3승7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37을 기록했다. 불혹의 최영필이 2군에서 마무리 투수로 뛴다는 것 자체가 '불편한 현실'이었지만, 최영필로선 완벽히 몸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이 됐다.


그는 "그동안 몸을 만들고 연습은 했지만, 실전감각이 필요했다. 대학 선수들과 뛰긴 했어도 프로와 아마추어는 다르다. 두 달간의 시간이 크게 도움이 됐다"며 "와서 뛰어야 하는 상황인데 마음대로 안 돼서 부담 아닌 부담이 있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팀 상황은 좋지 않다. 투타에 걸쳐 전체적으로 부상자가 많다. 누구 한 명이 들어오면 또다시 다른 선수가 부상으로 나간다. 필승조라고 부를 만한 투수가 얼마 없을 정도로 불펜진 사정이 말이 아니다.

최영필은 이에 대해 "때가 되서 올라온 거니 내가 팀을 구하기 위해 올라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SK는 물론, 예전 한화에 있을 때와 똑같다. 야구하는 건 어디나 똑같다"고 말했다.

두번째 복귀다. 지난 2010년 이후 'FA 미아'가 됐다가 1년을 거르고 2012시즌부터 SK에서 뛰었다. 지난해 말 다시 은퇴 위기에 몰렸지만, KIA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현역 생활을 지속하기로 마음 먹은 건 지난해 시즌 막판 2~3경기 때 느낌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엔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해 시즌 초반에 엔트리에서 빠지고 다시 올라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잘못이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공을 던지다 느낌이 왔다. 그 정도 공이면 된다는 자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도 복귀 전에 1군 경기도 많이 봤다. 2군 스케줄로 인해 모든 경기를 챙겨보기는 어려웠지만, 복귀에 앞서 소속팀 KIA 경기는 물론 다른 경기들도 챙겨봤다.

기회는 곧바로 왔다. 최영필은 이날 경기에서 선발 양현종에 이어 7회초 1사 후 두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양현종이 NC 지석훈에게 3점홈런을 맞아 6-5로 쫓긴 상황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해 7월 2일 KIA전 이후 334일 만의 1군 복귀전이었다. 최영필은 자신의 말대로 적극적인 승부를 펼쳤다. 네 타자를 상대해 모두 범타로 잡아내고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 8회 2사 후 마무리 어센시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동안 KIA가 필요했던 '필승계투조'의 모습이었다.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면서 팀을 4연패에서 구해냈다.

최영필은 포크볼로 효과적인 승부를 가져갔다. 14개의 공 중 직구가 6개, 포크볼이 5개였다. 직구 최고구속은 142㎞. 빠른 공은 아니지만 정면승부가 돋보였다. 여기에 포크볼로 상대의 배트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냈다. 그의 말대로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이 느껴졌다.

경기 후 최영필은 "오랜만에 관중들의 함성소리를 듣게 돼 설레고 기분 좋았다. 맡은 보직을 충실히 수행해 승리를 꼭 지킬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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