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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타자들이 홈런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 '한방' 만큼 화려하지 않지만 기여도 높은 활약이 있다. 펀치가 위력적인 중량급 복서들 사이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경량급 선수. 넥센 히어로즈의 1번 타자 서건창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다.
정확한 컨택트 능력에 빠른 발, 영리한 주루 플레이, 탁월한 야구 센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공격의 첨병' 1번 타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히어로즈 공격이 시작될 때마다 어김없이 서건창을 볼 수 있다.
지난 달 말에 5연패를 당한 후 다시 기운을 차린 히어로즈. 그 중심에 홈런타자들의 한방과 서건창이 있었다. 지난 주 열린 SK 와이번스, LG 트윈스와의 6경기에서 타율 4할8푼, 3타점, 13득점, 6도루에 출루율 5할5푼2리. 서건창은 6경기에서 매경기 안타를 때렸고, 매경기 득점을 기록했다. 히어로즈는 지난 주에 4승2패, 연속 위닝시리즈를 따내며 고개를 들었다.
서건창 이름 뒤에 붙어다니는 게 '신고선수 출신 신인왕'이다. 고교명문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LG 트윈스에 입단. 하지만 방출 통보가 날아왔다. 절치부심 군 복무를 마치고 신고선수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주전 2루수 김민성이 2012년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LG 시절에 대타로 1경기에 출전한 게 1군 경험의 전부인 백업 2루수가 덜컥 주전을 꿰차더니, 신인왕과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풀타임 첫 해에 타율 2할6푼6리, 1홈런, 40타점, 70득점, 39도루, 출루율 3할4푼2리.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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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장석 히어로즈 구단 대표는 신년회에서 마주한 서건창을 보고 "신인왕의 후광이 사라졌으니 심기일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야구가 절실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치열하게 해달라는 메시지였다.
서건창은 지난 겨울 전지훈련을 하면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욕심을 내면 심리적으로 쫓기게 된다. 그러면 몸에 무리가 가고 좋은 야구를 할 수가 없다.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기술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이런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일까. 서건창의 풀타임 세 번째 시즌은 눈부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