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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타자들이 고생할거예요. 바깥쪽이 엄청 멀게 보일거거든요."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3연전 첫 경기가 열리기 전인 20일 광주 챔피언스필드. 이 곳을 첫 방문한 LG 투수 우규민은 텅 빈 마운드에 올라 투구폼을 잡으며 이것저것 체크를 했다. 우규민은 21일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투수로 일찌감치 낙점돼있었다. 실전에 투입되기 전 조금이라도 낯선 그라운드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낯선 곳에서의 첫 투구, 여기에 마운드는 비뚤어져 있는데 뭐가 좋다는 것이었을까. 우규민은 "나는 원래 1루쪽으로 투구판 맨끝을 밟고 투구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앞으로 나와있으니 아무래도 우타자들이 내 바깥쪽 공이 훨씬 멀어보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이 손에서 떨어져 나오는 위치가 평상시보다 앞이기 때문에 공이 바깥쪽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나가는 시간이 단축돼 투수 입장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영리한 우규민의 자신의 이 발견을 실전에 그대로 적용했다. 우규민은 21일 경기에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KIA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4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선발 3연승으로 뒤늦게 발동이 걸려 2년 연속 10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공언한대로, 우타자 바깥쪽 승부가 인상적이었다. 1회부터 KIA 타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이날 결정구로 쓴 커브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며 떨어지자 헛스윙이 이어졌다. 필은 첫 타석에서 같은 코스, 같은 구질에 연신 헛스윙을 하며 삼진을 당했고, 2사 1, 3루 상황서 등장한 이범호도 바깥쪽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4회 필과의 재대결도 인상적이었다. 또 다시 바깥쪽 공에 헛스윙을 한 필은 같은 코스로 들어온 흘러나가는 커브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엉덩이를 빼고 툭 맞히는 타격으로 힘없는 중견수 플라이 타구를 때릴 수밖에 없었다. 1-0으로 살얼음 리드를 하던 6회 무사 1루 위기에서 박기남을 스탠딩 삼진 처리한 공도 역시 바깥쪽 커브였다. 우규민은 이날 던진 98개의 공 중 37개를 커브로 선택했다. 평소보다 많은 비율이었다. 커브가 눈에 익을 때 쯤에는 같은 바깥쪽에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뿌리며 수싸움에서 앞서나갔다.
아쉬웠던 것은 우타자 나지완에게 3안타를 허용하며 여러차례 위기를 맞았다는 점. 하지만 다른 타자들과의 승부에서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경기를 마쳤다.
광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