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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팀을 경영하는 관리자 입장에선 스타 출신 올드보이(베테랑)와 팀 리빌딩을 놓고 고민할 때가 많다.
팀의 미래를 위해선 고참급 선수들이 용퇴를 결정해주면 고마울 때가 있다. 구단 경영진은 될 수 있으면 팀을 젊은 선수 중심으로 꾸리고 싶어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스타급 올드보이들은 선수 생활의 말년을 아름답게 마감할 수 있을까.
류중일 삼성 감독은 "스타 출신 고참 선수들이 경기에 주전으로 못 뛰면서 벤치에 앉아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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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경우를 보면 올드보이일수록 지도자 특히 감독과의 교감이 중요하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이 한 해 부진했다고 버리지 않았다. 그를 살리기 위해 타순을 조정, 부담이 적으면서도 자존심을 살려주는 6번 자리에 박았다. 이승엽은 자신의 신체능력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걸 감안해서 스윙 크기도 줄이고 체력훈련에 더 많은 구슬땀을 흘렸다고 한다.
NC의 4번 타자 이호준(38)도 마찬가지다. 이호준은 2012시즌을 마치고 SK 와이번스를 떠났다. 당시 그를 영입하고 싶었던 팀은 제법 있었다. 이호준은 김경문 NC 감독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호준은 지난해 4번 타자로서 20홈런 87타점, 타율 2할7푼8리라는 준수한 성적을 냈다. 김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보답하면서 둘의 신뢰 관계는 두터워졌다. 이호준이 큰 형 처럼 경험이 적은 후배들을 그라운드 안팎에서 잘 이끌어 준 부분도 컸다. 그는 이번 시즌에도 벌써 9홈런 37타점, 타율 2할7푼으로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있다.
LG 트윈스의 대표 올드보이 이병규(40·등번호 9번)도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지난해 기라성 같은 후배 타자들을 제치고 수위 타자 타이틀 차지했다. 팀을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병규는 프로의 세계에서 실적이 최우선 판단 기준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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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급 A 선수는 몇 해전 이적하는 과정에서 가장 마음을 편하게 갖고 운동할 수 있는 팀을 골랐다고 한다. 열혈 팬들이 많은 팀은 조금만 못해도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들도 쏟아지는 비난 여론을 맞으면 심적으로 휘청거린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경기력이 떨어지고 자칫 슬럼프에 빠져 시즌을 망치게 된다. 은퇴 압박까지 받을 수도 있다.
팀 내에서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이승엽의 성공 사례 처럼 떨어지는 신체 능력을 감안해서 역할을 정해주어야 한다. 몸이 따라주지 않는데 예전 같은 좋은 경기력만 요구하면 올드보이들은 버텨낼 수가 없다.
베테랑도 꾸준히 경기에 출전해야만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보직이 적당하다.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중요한 포지션 보다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한번씩 팀을 구할 수 있는 역할이 좋다. 올드보이들은 너무 튀어서는 안 된다. 화려한 서포트라이트는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게 팀 분위기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올드보이들은 다치면 원래 자리로 돌아오기가 힘들다. 수많은 후배들이 올드보이들의 퇴장을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부상 예방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포항=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