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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누가 거져주지 않는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잡아야 한다. 또 때를 놓쳐선 안된다. 기회의 시기가 왔을 때 붙잡아야 한다. 그리스 신화에 묘사된 '기회의 신' 카이로스(Kairos)가 풍성한 앞머리에 반해 뒷머리가 없다는 건 한번 스쳐 지나간 기회는 뒤늦게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KIA 타이거즈의 내야 백업들에게 기회가 왔다.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 따른 뜻밖의 기회. 이걸 잡을 수만 있다면 팀의 주축으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기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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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부상은 단기간에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KIA 선동열 감독은 "복귀 시기를 확실히 짐작키 어렵다"고 밝혔다.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지나 6월 초중순은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결국 내야의 빈자리를 고영우와 강한울, 그리고 김주형 등이 메워야 한다. 뛸 선수가 부족한만큼 이들은 꽤 오랜 시간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고정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는 경기력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수 스스로도 많은 준비와 각오를 해야 한다.
올해 신인 강한울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기회도 고영우에 비해 더 많이 얻고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 경험미숙을 보이며 2군에 내려갔다가 지난 10일부터 다시 1군에 합류했다. 이후 2경기에서 4타석을 소화했는데, 2안타를 날려 가능성을 보였다. 수비도 꽤 안정적이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안치홍이나 김선빈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내야를 책임져줄 만 하다.
김주형 역시 시즌 초반 불우했다. 캠프에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개막전에서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4월 20일부터 다시 1군에 합류한 상태지만, 아직 타격 밸런스는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한대화 수석코치는 김주형에게 "타석에서 매 상황에 따른 영리한 스윙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는 중이다. 거포 3루수 자질은 충분하다. 집중도를 높여 캠프 때의 밸런스만 찾으면 이범호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다. 과연 이 선수들이 기회를 제대로 붙잡아 팀의 새 얼굴로 성장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커진다.
고영우는 4월30일부터 1군에 합류한 상태다. 현재까지는 활약이 미미하다. 수비에서는 그런대로 안정감이 있는데, 공격에서는 12일까지 6경기, 11타석 동안 안타를 치지 못했다.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올렸을 뿐이다. 좀 더 차분하게 타석에 임할 필요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