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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기 피칭 KIA 한승혁에게 필요한 것은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4-04-30 09:52


29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프로야구 KIA와 SK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KIA 선발 한승혁이 2회 무사 만루에서 강판 당하고 있다.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4.29

KIA 타이거즈 한승혁은 지난 2011년 입단한 프로 4년차 투수다.

배구 스타 출신인 한장석 전 대한항공 감독의 아들이다. KIA 입단 당시 운동 선수 '부자'로 화제가 됐다. 한승혁은 프로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1년간 재활에 매달리느라 프로 데뷔는 2012년에야 이뤄졌다. 지난해까지 두 시즌 동안 28경기에서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5.85를 올리는데 그쳤다.

올초 스프링캠프에서 필승 계투조로 각광받던 한승혁은 선발 김진우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보직 변경에 따라 롱릴리프로 시즌을 맞았다. 김진우의 복귀가 늦어지고, 5선발 후보들이 하나같이 부진에 빠지자 선동열 감독은 한승혁을 로테이션에 합류시켰다. 지난 15일 광주 한화전서 5이닝 5안타 1실점의 호투로 생애 첫 선발 등판서 합격점을 받은 한승혁은 20일 인천 SK전에서는 6⅔이닝 4안타 1실점으로 프로 첫 승의 감격을 누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9일만에 등판한 29일 광주 SK전에서는 1이닝 동안 5실점하며 기복의 '극치'를 보이고 말았다. 1회는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2회 들어 연속된 안타와 4사구를 내주며 2점을 내주고 무사 만루에 몰린 뒤 신창호로 교체됐다. 신창호가 후속 타자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자들의 득점을 허용해 한승혁의 실점은 5개가 됐다.

8일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등판한 이날 경기에서 한승혁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결국 제구력 난조였다. 경기전 SK 이만수 감독은 "한승혁은 타자의 예상을 빗나가는 투구를 하기 때문에 타이밍 맞추기가 어렵다. 분명 볼을 던질 차례인데 스트라이크를 던진다"라고 평했다. 인천 경기에서 한승혁에게 당한 이유라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제구력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괜찮다. 타자로서는 그게 적응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똑같은 SK 타자들을 상대한 한승혁은 전혀 다른 투수였다. 4사구를 6개나 내줬다. 제구력 불안이라는 문제점을 또다시 드러내고 말았다. 최고 154㎞까지 나왔던 구속도 최고 150㎞, 평균 140㎞대 후반에 머물렀다. 밸런스가 맞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선 감독이 한승혁을 다시 로테이션에서 뺄 것 같지는 않다. 당분간 기회는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구력 불안과 함께 경험 부족도 이날 부진의 원인이 됐다. 위기 상황에서 완급조절이나 맞혀잡는 피칭을 하기 위해서는 역시 경험을 통해 얻는 운영능력이 필요하다. 통산 1군 경력이 55⅓이닝에 불과한 선수다.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한승혁의 입단 동기로 한화 유창식, 삼성 심창민, LG 임찬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유창식은 올시즌 들어 훨씬 안정감 넘치는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5경기에 선발등판해 1승1패, 평균자책점 2.12를 마크중이다. 이제는 6이닝 정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유창식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들쭉날쭉한 제구력이었다.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최고의 구위를 과시하고도 막상 시즌 들어서는 제구력 불안에 시달리며 자리를 잡지 못했던 유창식은 경기운영도 몰라보게 향상됐다. 지난해까지 222이닝을 던진 경험이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20일 경기에서 SK 타자들은 한승혁의 직구에 혀를 내둘렀다. 150㎞를 웃도는 빠른 볼 등 흠잡을데 없는 구위를 지닌만큼 제구력과 경험이 붙는다면 '언터처블'이 될 가능성이 높은 투수다.
광주=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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