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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누군가 함께 있다가 사라지면 빈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뜻이다. 시즌 초반 KIA 타이거즈에서 김진우(31)의 공백이 점점 크게 다가오고 있다. 선발진의 기복이 극심해 '김진우가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이 새삼 떠오른다.
시즌 초반 KIA는 꽤 선전하고 있다. 10경기에서 5승5패로 승률 5할을 맞추면서 리그 공동 3위권을 지키는 상황. 초반 최대 고비로 예상했던 개막 8연전을 4승4패로 선방한 결과다. 선수단의 팀워크와 집중력은 지난해보다 확실히 나아진 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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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선발과 4~5선발의 성적을 수치로 살펴보면 얼마나 차이가 심한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1~3선발인 홀튼과 양현종 송은범은 9일까지 총 6경기에 나와 4승2패에 평균자책점 1.64(38⅓이닝 7자책점)를 합작했다. 경쟁력이 매우 우수하다. 어느 팀과 붙어도 밀리지 않을만한 1~3선발진이라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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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4~5선발이 1~3선발에 비해 다소 위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4~5선발이 등판하는 날에는 불펜이 매우 바빠진다. 이들을 상대하는 팀도 어느 정도는 자신감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실력차가 지금의 KIA처럼 벌어져서는 팀이 제대로 시즌을 치러내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진우의 부상 공백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김진우는 올해 사실상 KIA의 에이스같은 존재였다. 홀튼의 위력을 미리 가늠하기 어려웠고, 양현종은 지난 시즌 부상 여파를 벗어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다. 선발로 다시 돌아온 송은범에게도 물음표가 달려 있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연속 120이닝 이상을 선발로 꾸준히 소화하며 19승(2012년 10승, 2013년 9승)을 올린 김진우는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스프링캠프도 그 어느 때보다 잘 치렀고, 시범경기에서의 위력도 뛰어났다. 그러나 지난 3월8일 삼성과의 시범경기에 등판했다가 채태인의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초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였는데, 근육 손상이 심해 아직까지도 제대로 피칭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진우가 만약 정상 컨디션을 회복해 로테이션에 합류한다면 KIA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는 손쉽게 해결될 수 있다. 강력한 1~4선발진을 구축하게 되면서 임준섭과 박경태 중 좀 더 구위가 나은 인물을 5선발로 쓰면 된다. 선발에서 제외된 다른 한 명은 불펜에 합류시켜 필승조나 스윙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김진우는 언제쯤 1군에 합류하게 될까. 김진우는 이번주부터 캐치볼을 시작했다. 다리는 많이 나아진 상태라고 한다. 따라서 재활과정을 정상적으로 밟는다고 보면 4월말 쯤에는 1군에 돌아올 수도 있다. 물론 복귀 시점은 김진우의 컨디션 회복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결국 KIA는 김진우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현재의 선발진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4~5선발의 구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계속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할 것 같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