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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시즌 프로야구 초반 흥행을 이끄는 요소는 단연 외국인 타자들의 활약이다. 개막 2연전부터 이들의 홈런쇼가 펼쳐지며 겨우내 야구를 기다려왔던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한 선수가 바로 한화의 외국인 선수 펠릭스 피에다. 호타준족으로 공-수-주 3박자를 갖춘 만능 플레이어다. 실전 훈련 없이 들어온 시범경기에서부터 화끈한 방망이 실력을 선보이더니, 개막 2연전에서도 4안타를 몰아쳤다. 특히, 29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의 개막전에서는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며 한화가 5년 만에 개막전에서 승리를 따내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시원한 타격 스타일 뿐 아니라 그라운드 안팎에서 톡톡 튀는 언행으로 벌써 스타 반열에 올랐다.
여기서 재밌는 가정 하나. 만약, 피에가 한화가 아닌 LG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다면 어땠을까. 막연히 상상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었다. 사실 지난 오프시즌 LG 역시 피에를 영입 리스트에 올리고 상당히 관심있게 지켜봤다. 1순위는 우타 거포의 내야수였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외야를 소화하고 장타력을 갖춘 선수를 2순위로 선택하려 했던 LG였다. 이 연장선상에서 눈에 들어온 선수가 피에였다. 특히, 투수 류제국이 피에의 실력에 대해 보장했다고 한다. 류제국이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야구를 할 때의 팀 동료가 피에였고, 두 사람은 룸메이트로 지냈을 정도로 절친했다. 류제국은 구단에 "구단이 원하는만큼의 화끈한 타격 실력은 아니지만, 수비 하나만큼은 최고다. 주루도 정말 좋다"며 적극 추천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수비, 주루는 기본이고 타격 실력도 충분히 20홈런 이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쇼맨십까지 갖춰 프로구단에는 정말 필요한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그래도 피에가 LG 유니폼을 입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보면 재밌다. LG는 2011~2012 시즌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이택근(현 넥센) 이대형(현 KIA)의 국가대표금 외야 빅5로 유명세를 떨쳤다. 감독 입장에서는 어떤 선수를 내보내도 충분하니 행복한 고민에 빠질 만한 멤버였다. 만약, 피에가 들어왔다면 여전히 전성기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에 정의윤 이병규(7번)까지 새로운 외야 드림팀이 탄생할 뻔 했다. 넓은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LG이기에, 중장거리 타자 피에의 합류는 기존 중장거리 타자들과의 시너지 효과로 타선의 응집력을 더욱 올려줬을지도 모른다. 또, 수비가 좋고 어깨가 강한 피에가 중견수에 자리한다면 외야 수비라인이 한층 안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결과론 적인 얘기다. 또, 이들을 교통정리 해야하는 김기태 감독의 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벨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해주기만 한다면 LG와 피에의 인연은 단순한 추억거리로 남기면 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