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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시진-이만수, 성적못내면 끝장 서바이벌 레이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4-03-25 06:49


2014 프로야구 미디어데이&팬페스트가 24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삼성홀에서 열렸다. 각팀 감독의 인사말 순서에서 롯데 김시진 감독이 개막전 선발을 밝히지 않자 상대팀인 한화 김응용 감독도 선발을 밝힐 수 없다며 가벼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대학캠퍼스에서 열린 프로야구 미디어데이는 꾸준히 증가하는 여성 관객에 대한 팬서비스를 위해 이화여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9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참석해 팬사인회와 공식행사를 가졌다.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3.24/

한쪽에선 전력 평준화를 이야기하고, 한편에선 전력 상승 요인을 강조하지만 설렘과 기대보다 중압감이 더 클 것이다. 지난해 4강 진출에 실패한 하위권 팀의 사령탑 중에서 기존의 계약기간을 남겨두고 재계약을 한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을 제외한 4개 팀 감독 모두 예외없이 이번 페넌트레이스는 생존이 걸린, 서바이벌 레이스다. 지도자의 역량, 리더십과는 별개로 수치화한 성적이 모든 걸 말해주는 게 프로세계다. '독이 든 성배'는 축구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공교롭게도 롯데 자이언츠 김시진 감독과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 한화 이글스 김응용 감독 모두 계약기간이 걸려 있다. 롯데는 지난 시즌 5위에 그쳤고, SK는 6위, KIA와 한화는 8~9위에 랭크됐다.

이만수 감독과 선동열 감독은 올해가 3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다. 롯데는 2012년 말 김시진 감독과 3년간 계약했다고 발표했는데, 설사 보장된 기간이 3년이라고 해도 올해도 성적 부진이 이어진다면 버티기 어렵다. 김응용 감독은 올해가 2년 계약의 마지막 해다.

지난해 하위권에 머문 네 팀 중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는 팀이 자이언츠다. 야구도시 부산을 연고지로 하고, 최고 열성팬의 지지를 받는 롯데는 주목도나 흥행 면에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중심축이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2012년 말 넥센 히어로즈에서 경질된 김시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롯데는 지난해 6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한단계 도약을 위한 선택이 뒷걸음질로 나타났다. 관중수가 격감했고, 무기력한 롯데야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모기업과 구단, 팬 모두 기대치가 높아 웬만한 성적으로는 만족시키기 어려운 팀이 롯데다. 우승이 아니면 무의미하다는 게 모기업 분위기라고 한다. 1992년에 정상을 밟은 후 오랫동안 우승에 목이 말랐던 자이언츠다. 김시진 감독은 "올해는 끝장을 보고 싶다"고 했다. 우승이나 우승에 가까운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더구나 롯데는 지난 오프 시즌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전력강화에 투입했다. 믿음직한 좌완 투수 장원준까지 복귀했다.


2014 프로야구 미디어데이&팬페스트가 24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삼성홀에서 열렸다. SK 이만수 감독과 김광현 박진만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대학캠퍼스에서 열린 프로야구 미디어데이는 꾸준히 증가하는 여성 관객에 대한 팬서비스를 위해 이화여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9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참석해 팬사인회와 공식행사를 가졌다.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3.24/
김시진 감독은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이례적으로 롯데를 우승 후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프로팀을 이끌면서 단 한 번도 4강을 경험해보지 못한 김시진 감독이 불명예를 벗어던질 수 있을 지 궁금하다.

LG 트윈스, 롯데와 함께 프로야구 흥행의 키를 쥐고 있다는 KIA.그런데 타이거즈 야구의 '적자' 선동열 감독 체제에서 KIA는 오히려 퇴보했다. 2012년 5위에 그친데 이어, 삼성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지난해에는 8위로 추락했다.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에 초반 반짝했던 KIA는 그렇게 맥없이 무너졌다. 선동열 감독의 자존심에도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이순철 수석코치 등 일부 코칭스태프가 팀을 떠나야 했다. 감독 선동열에 대한 신뢰 또한 이전에 비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삼성 시절의 유능한 스타 출신 지도자가 KIA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있다.


올해 KIA에 대한 시즌 전망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24일 열린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스승 김응용 감독이 KIA를 우승후보라고 했는데, 어디까지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농담을 섞어 한 말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벌써부터 일부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과 싸우고 있다. 2014년은 어느 해보다 그에게 중요한 시즌이 될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전력보강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한화는 지난 겨울에 FA(자유계약선수) 정근우 이용규를 영입하고, 이대수 등 내부 FA를 눌러앉히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일소했다. 지난 몇 년간 한화는 숙원사업이었던 서산 2군 구장을 개장했고, 매년 대전구장을 업그레이드해 야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등 주로 인프라 개선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최약체 팀의 굴레를 벗어던져야할 시점이 된 것 같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가 김응용 감독의 계약기간과 맞물려 있다. 팀 재정비도 좋고,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전력 강화도 좋지만, 일단 올해는 확실하게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재도약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SK가 4강에 들지 못한다면? 이만수 감독의 재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지난 시즌 종료 후에 SK 안팎에선 감독 경질설이 나왔다. 선수들이 사령탑의 지도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모기업 내부 사정 때문에 변화를 주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말도 있었다. 물론 성적이 나면 모든 게 묻힐 수 있다.

이들 감독들에게 4위권 진입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성적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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