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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넥센 히어로즈 4번 타자 박병호(28)의 배팅연습 사진을 보면 눈에 띄는 게 있다. 다른 선수처럼 타격용 헬멧이 아니라 수비용 모자를 쓰고 있다. 머리 보호장비 없이 타격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히어로즈 구단은 선수단이 애리조나에 도착한 직후에 바로 조치를 취했다. 한국에서 급히 추가로 장비를 공수했다. 물론, 박병호에게 새 헬멧을 지급했다.
그런데 박병호는 잃어버린 헬멧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 워낙 특별한 의미가 있는 헬멧이기에 애착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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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간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도약한 박병호. 그동안 함께했던 헬멧을 이번에 분실한 것이다. 히어로즈 선수가 된 후 배트와 글러브, 장갑 등 소모성 장비를 자연스럽게 교체했지만, 헬멧은 바꾸지 않고 썼다. 홈런왕 박병호의 피와 땀이 담겨 있는 헬멧이다. 주위에서 "아쉽지만 잊고 새 장비를 사용하라"고 말하지만 박병호는 선뜻 새 헬멧을 집어들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의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상당히 다양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 가장 잘 풀렸던 순간을 기억하고, 안 좋았던 것을 피하면서 긍정 마인드를 불어넣는다. 이런 징크스와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박병호에게 잃어버린 헬멧은 최고의 순간을 함께 해 온 특별한 장비다. 박병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헬멧만큼은 꼭 찾고 싶다"고 했다.
수비용 모자를 쓰고 배팅훈련을 하더라도 자신이 때린 타구에 머리를 맞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청백전과 연습경기가 시작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때까지 헬멧을 찾지 못한다면 새 헬멧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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