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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체력 떨어진 두산, 집중력까지 잃고 잔루 14개 자멸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10-31 21:59


삼성과 두산의 2013 한국시리즈 6차전이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1사 만루 두산 최재훈의 내야땅볼때 1루주자 이종욱이 2루 포스아웃되고 있다. 삼성 유격수는 정병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31/

분명 이길 수 있는 찬스가 있었다. 삼성 마운드는 지칠 대로 지쳤다. 하지만 두산 타자들은 더욱 심각했다. 떨어진 집중력과 체력에 잔루만 가득 남기고 무너졌다.

두산이 1회부터 9회까지 매이닝 잔루를 남기고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결국 3승3패 원점으로 돌아간 한국시리즈는 최종 7차전까지 가게 됐다.

준플레이오프 5경기, 플레이오프 4경기, 그리고 한국시리즈 6번째 경기. 두산으로선 한 경기 소모되는 체력이 정규시즌 때의 몇 배는 된다는 포스트시즌이 벌써 15경기째다.

지칠 만도 하지만, 집중력을 조금만 발휘했어도 승리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이날 두산의 득점은 모두 홈런에서 나왔다. 그것도 솔로홈런이었다. 장타가 아니면 득점이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7차전에서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다.

불안했던 삼성 마운드, 유약했던 두산 타선

1회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5차전 구원등판 이후 하루 쉬고 나온 삼성 선발 밴덴헐크는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선두타자 정수빈이 솔로홈런을 친 뒤, 2사 후 최준석과 오재일이 연속 볼넷을 얻었다. 밴덴헐크는 갑자기 제구가 안 됐다. 릴리스포인트도 급격히 흔들렸다. 하지만 손시헌은 유격수 앞 땅볼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삼성 벤치는 오른 팔뚝 근육통을 호소한 선발 밴덴헐크를 1이닝 만에 강판시켰다. 2회부터는 4차전에 선발등판했다 34개의 공을 던지고 조기강판됐던 배영수가 나왔다.

배영수는 두산 타자들이 충분히 공략 가능한 투수, 하지만 2회 선두타자 이종욱의 우전안타와 김재호, 허경민의 몸에 맞는 볼로 만든 2사 만루 찬스에서 또다시 점수를 내지 못했다. 김현수가 좌익수 파울 플라이로 아웃됐다. 포스트시즌 최다기록 타이인 한 이닝 몸에 맞는 볼 2개에도 1점을 뽑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3회엔 더욱 심각했다. 최준석의 좌전안타와 오재일의 우중간 2루타로 무사 2,3루 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1점도 못 냈다. 외야플라이 하나가 안 나왔다. 손시헌은 3루수 앞 땅볼을 쳤고, 지칠대로 지친 포수 최재훈은 1사 만루서 유격수 앞 병살타로 물러났다.


삼성과 두산의 2013 한국시리즈 6차전이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6대2로 패색이 짙은 두산의 1루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31/
이후 매이닝 한 명씩 주자가 나갔지만, 후속타는 없었다. 게다가 6회와 7회는 선두타자 출루였다. 5회 최준석의 장외 솔로포로 2-1로 앞서가면서 승기를 잡나 싶었지만, 반드시 필요했던 추가점이 안 나왔다. 결국 상대의 홈런포 2방에 맥없이 패했다.

'1~9회 매이닝 잔루' 스스로 밥상 걷어찬 두산, 7차전은?

1회 2개, 2회 3개, 3회 2개, 4회부터 8회까지 1개씩, 그리고 9회 2개. 이날 두산이 기록한 잔루는 총 14개였다. 매이닝 잔루가 있었다. 너무나 무기력했다.

삼성 투수들의 구위는 썩 좋지 않았다. 구위가 좋은 선발 밴덴헐크의 부상은 두산에겐 기회였다. 두번째 투수 배영수는 원래 구위로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3회 1사 2.3루서 등판한 세번째 투수 차우찬은 4차전에 구원등판해 100개를 던지고 고작 이틀 휴식 후 마운드에 올랐다. 결정구를 던질 때를 제외하면, 직구 구속이 14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두산의 체력 저하가 생갭다 심각하다는 증거다. 경기 전 두산 김현수는 "이제 우리 배트 스피드가 떨어질 시기가 왔다. 삼성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다. 하지만 특별한 방법은 없다. 상대를 흔들 수도 없고, 공을 기다리는 것도 요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의 우려대로 두산 타자들은 지쳤다. 하지만 우승을 문턱에 둔 상황에서 조금만 더 집중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홈런 외에 추가점을 올렸다면,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제 풀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스스로 기선제압을 할 수 있는 찬스를 날렸다.

잘 차린 밥상을 걷어차버린 두산, 반대로 타격감을 찾아가면서 집중력을 찾아가는 삼성.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어느 팀이 웃을 수 있을까.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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