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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두산의 8회초 선택, 정재훈이어야 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10-30 05:53


29일 잠실구장에서 201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박한이가 8회 1사 2,3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떨어지는 볼을 잘 노려 때리고 있는 박한이.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0.29

단기전 승부에서 경기 중후반 불펜의 운용은 매우 중요하다. 이걸 얼마나 원활하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를 앞둔 두산의 최대 걱정도 여기에 있었다. 불펜의 힘이 삼성에 비해 강하지 못하다는 점. 그리고 왼손 불펜이 전혀 없다는 점. 두산 김진욱 감독이 과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해결해갈 지가 관심사였다.

적어도 4차전까지 두산은 매우 효과적인 불펜 운용을 보여줬다. 한정된 자원을 가졌지만, 운용의 묘미를 극대화 시킨 덕분에 두산 불펜은 오히려 삼성을 압도했다. 4차전까지 두산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0.95(19이닝 4실점 2자책)에 불과했다. 그렇게 강하다던 삼성 불펜이 4차전까지 평균자책점 1.27(21⅓이닝 6실점 3자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효과적인 운용을 했는 지 알 수 있다.

하지만 5차전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앞선 두산은 5차전을 이기면 그대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반면 삼성은 사상 최초 통합 3연패 실패의 벼랑끝에 서 있는 상황. 두 팀 모두 5차전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일단 7회까지는 5-5로 팽팽했다. 양팀 선발이 초반 실점을 했지만, 불펜을 일찍부터 가동하면서 막상막하의 흐름을 이어갔다. 삼성은 선발 윤성환을 3회 1사에서 일찍 내리고 안지만(3⅔이닝)을 투입하더니, 7회부터는 2차전 선발이었던 밴덴헐크까지 올렸다. 필승의 의지가 엿보였다.

두산도 선발 노경은이 5회까지 버틴 뒤부터 김선우-윤명준을 이어던지게 했다. 특히 윤명준의 투입이 탁월했다. 윤명준은 6회 2사 1, 3루때 나와 채태인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잠재웠고, 7회도 볼넷 1개만 내주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8회 선두타자 진갑용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며 흔들렸다.

김진욱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왔다. 실점을 반드시 막아야 했다. 당연히 필승조를 투입해야 하는 시점이다. 홍상삼이 두산의 필승카드다. 그러나 김 감독의 선택은 의외로 정재훈이었다. 정재훈의 포크볼에 기대를 건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정재훈은 제구력에 문제가 있다.

결국 정재훈은 첫 상대인 정병곤에게 초구에 허무하게 중전안타를 맞고 말았다. 정병곤이 번트 자세를 취했다가 갑자기 강공으로 전환하는 '페이크번트 앤드 슬래시'작전을 써서 정재훈과 두산 내야진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이로써 무사 1, 2루가 됐다.


정재훈의 수난은 계속 이어졌다. 정형식의 희생번트로 이뤄진 1사 2, 3루의 위기에서 박한이에게 2타점짜리 좌전 적시타를 맞은 것. 박한이는 앞선 4타석에서 안타를 1개도 치지 못했던 타자다. 그러나 정재훈의 포크볼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쳐 결승타를 만들어냈다. 김진욱 감독의 정재훈 투입이 더욱 아쉬워보였던 순간이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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