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고의 포수로 인정받았던 SK 박경완의 은퇴와 퓨처스(2군) 감독 선임은 파격이었다. 당연히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고민 끝에 SK 담당 취재진들이 박경완과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합동 기자회견을 가지기로 했다.
"젊은 선수들과 융화해서 잘 이끌어가고 싶은 생각이고 SK의 미래전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는 박경완 퓨처스 감독은 "23년간 쌓은 오하우를 진정성있게 선수들에게 전해볼 생각"이라고 2군 감독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비록 퓨처스리그지만 감독은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자리. 박 감독 역시 그랬다. "파격적인 대우라 생각해 구단에 고맙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잘이끌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 그러나 코치 연수보다는 현장에 계속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23년간 수많은 투수들의 공을 받았던 박 감독에게 가장 호흡이 잘맞았던 환상의 짝꿍은 누구였을까. 어려운 질문이라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박 감독은 "김광현이 떠오르고 (정)민태형도 생각난다. 새 출발하는 (김)수경이도 떠오른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 호흡을 맞췄던 김광현에 대해 "광현이의 첫 해 성적을 보고 고민 많았다. 연구도 많이 했다. 2년차 때 엄청난 발전을 했는데 속으로 너무 기뻤고 그 다음부턴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늘 광현이에게 신경 많이 썼다"며 애정을 표시했다.
프로 최장 시즌 출전(23시즌)이나 프로 유일의 4연타석 홈런 등 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박 감독에게 어떤 것이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일까.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남들은 포수 홈런이나 4연타석 홈런을 얘기하시지만 애착이 안가는 기록이 없다"는 박 감독은 "어렸을 땐 몰랐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팀평균자책점에 점점 애착이 갔다. 책임이 내꺼라고 생각하니 애증의 관계가 되더라. 때로는 날 웃게 화나게 슬프게 만들었다. 팀평균자책점그놈이…"라며 웃었다. 자신이 아닌 팀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포수의 숙명을 얘기한 것.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표했다. "어제(21일) 오후에 가족에게 얘기했다. 가족들이 항상 내 의사를 지지해줬다. 은퇴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는데 결국은 내가 결정을 내려야했다. 내 결정에 따라준 가족들이 고마울 뿐이다"라고 했다.
박 감독은 23일부터 퓨처스팀의 훈련을 맡을 예정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