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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강화된 서전접촉 행위(탬퍼링)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자유계약선수(FA)를 상대로 사전 접촉을 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적발·처벌 행정을 펼쳐간다는 것이다.
KBO가 제4차 이사회를 통해 마련한 제재안은 탬퍼링이 적발되면 계약을 무효화하고 해당 구단의 1차 지명권을 3년간 박탈하기로 했다.
종전에는 계약을 무효화, 벌금 5000만원만 부과하는 처벌이 따랐는데 한층 강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해당 선수는 FA 자격을 박탈당함과 동시에 1년간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돼야 한다. 이 역시 페넌트레이스 2분의1 출전금지와 연봉의 50%를 벌금으로 물게 했던 과거 제재 규정과 비교하면 FA 자격을 아예 박탈함으로써 한층 가혹해졌다.
여기에 FA와 사전 접촉하는 코치들에 대한 제재 방안도 새로 생겼다. 과거에는 임직원에 대해서만 2년간 직무정지을 했지만 앞으로는 위반행위가 적발된 코치에 대해서도 1년간 등록을 금지하기로 했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탬퍼링 행위에 대한 감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준탬퍼링'이라고 해서 오해를 살 만한, FA 보유 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만한 언행까지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야구계는 앞으로 FA 시장이 열리면 몸을 한껏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괜히 말 한 마디 잘 못했다가 '범법자'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KBO는 지난 달 말 각 구단 운영팀장들과 회의를 갖고 '준탬퍼링' 행위에 대한 규제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 정금조 운영기획 부장은 "원소속 구단의 우선협상기간이 끝나기 전에 농담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FA에 대해 호감이나 희망사항 등을 언급하는 것도 안된다"면서 "원소속 구단 입장에서 오해를 하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발언에 대해서도 준탬퍼링으로 간주한다는 방침을 각 구단에 전달하고 주의를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운영팀장 회의에서는 과거 선동열 KIA 감독의 사례가 거론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준탬퍼링'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지난 5월 8일 광주 롯데전에 앞서 FA를 앞둔 롯데 포수 강민호의 의례적인 인사를 받은 뒤 "강민호, 몸관리 잘해라. 내년에는 같이 해야지"라고 농담을 했다가 주의를 받은 적이 있다.
KBO는 앞으로 본격화 되는 FA 시장에 앞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적발될 경우 주의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탬퍼링에 버금가는 제재를 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KBO가 이처럼 '준탬퍼링'에 대한 제재까지 강화한 것은 우선협상기간 폐지론이 사실상 물건너갔기 때문이다. 지난 2012시즌이 끝난 뒤 일부 구단 사이에서 우선협상기간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현실적으로 구단과 FA간 은밀한 사전접촉 행위가 만연해 원소속 구단의 우선협상권이 무용지물로 된 이상 차라리 우선협상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FA 시장이 열리면 원하는 구단이 공개 경쟁을 하도록 보장하면 사전접촉 위반 시비도 없어질 것이란 논리에서였다.
하지만 이같은 소수의견은 힘을 얻지 못했고, 우선협상 폐지론은 유야무야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KBO는 우선협상이 유지되는 이상 위반 행위에 대한 단속과 제재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준탬퍼링'에 대한 규제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준탬퍼링'은 선수에게도 해당된다.
앞으로 감독과 구단 선수들은 입조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 같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