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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홍상삼-김현수, 무경험 보다 아픈 경험의 상처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10-10 06:58




9일 목동구장에서 2013프로야구 준PO 2차전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2루 박병호 타석 때 두산 홍상삼이 두 개의 폭투를 던지며 동점을 허용했다. 두 번째 폭투를 던지고 있는 홍상삼.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0.9

9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1사 1루서 두산 김현수가 병살타를 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목동=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09.



사랑을 단 한번도 안해본 사람이 있다. 반대로 사랑을 많이 해 본 사람이 있다. 하지만 사랑의 상처가 크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할 때 본능적으로 상처 받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작용한다. 과연 둘 중 어느 쪽이 더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의 기억. 두가지 종류가 있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경험은 기억을 남긴다. 좋은 기억은 큰 힘이 되지만, 반대로 나쁜 기억은 트라우마가 된다. 아픈 기억이 현재를 무겁게 짓누른다면 때론 무경험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넥센보다 월등한 포스트시즌 경험을 자랑했던 두산. 트라우마라는 복병에 1,2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벤치와 선수단, 지나치게 잘 하려는 의욕에 치솟은 긴장 지수가 몸을 굳게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심각했던 투-타 선수, 홍상삼과 김현수다. 가을잔치 악몽을 지닌 두 선수. 결정적인 순간 스스로 무너졌다.

홍상삼은 객관적으로 구위가 좋았다. 빠른 공이 가운데로 몰려도 넥센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했다. 하지만 적은 내부에 있었다. 자신의 공을 믿지 못했다. 지난 해 안좋았던 기억 속 안 맞으려는 지나친 신중함, 독이 됐다. 어깨에 잔뜩 들어찬 불필요한 힘.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폭투(3개)란 불명예 신기록 속에 허무하게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2-1 역전에 성공한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끝내 벤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선두 김민성에게 2S의 절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볼 4개를 잇달아 던져 볼넷. 직전 이닝 3개의 폭투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벤치는 어쩔 수 없이 정재훈을 올려야 했다. 정재훈에 비해 훨씬 강력한 공을 던질 수 있었던 홍상삼 카드를 포기하는 순간. 벤치의 심정은 쓰라렸고 또 불안했다. 그 불안감은 어김 없이 동점→역전패란 현실로 이어졌다.

김현수는 오래 묵은 트라우마로 좀처럼 힘을 빼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토록 잘치던 방망이가 준플레이오프 들어 꽁꽁 얼어붙었다. 1,2차전 합쳐 8타수 무안타. 이유는 단 하나. 심리 문제다. 타석에서 여유가 실종됐다. 급한 마음에 볼을 건드리다 자멸했다. 조급증은 찬스에서 도드라졌다. 유인구 볼에 배트가 나가며 내야 땅볼로 번번이 타점 기회를 날렸다. 1차전 부진은 조바심을 키웠고 급기야 2차전에 영향을 미쳤다. 4회 병살타에 이어 2-1 역전에 성공한 9회 1사 3루에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바깥쪽 볼을 무리하게 당겨 전진 수비하던 1루수 앞에 땅볼 타구를 날렸다. 3루주자 홈에서 태그아웃. 타점을 올렸다면 쐐기점이 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김현수의 포스트시즌 악몽은 2000년대 말 SK와의 한국시리즈부터 시작됐다. 결정적 순간마다 나온 병살타의 쓰린 기억이 잔상으로 남았다.

자칫 두 선수의 가을잔치 트라우마로 굳어질 수도 있는 이번 포스트시즌. 돌파의 계기가 필요하다. 사랑이 남긴 아픈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사랑이다. 단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용기 있게 다가설 수 있는 사랑. 두 선수에게도 과거 상처를 덮을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하다. 그것은 결국 과거 기억과 단절된 새로운 야구여야 할 것이다. 반전이 절실한 두산. 투-타의 핵, 홍상삼과 김현수 없이 두산이 드라마 같은 가을의 반전을 꿈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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