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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박병호를 무력화시킨 유희관의 면돗날 제구력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10-09 18:23



박병호(넥센 4번 타자) VS 유희관(두산 선발 투수).
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의 최대 볼거리였다. 이 매치업에서 누가 승리했을까.9일 목동구장에서 2013프로야구 준PO 2차전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유희관이 6회 넥센 박병호를 외야 뜬 볼로 처리하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0.9

박병호(넥센 4번 타자) VS 유희관(두산 선발 투수).

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의 최대 볼거리였다.

이 매치업에서 누가 승리했을까. 박병호는 올해 홈런왕을 포함 타격 4관왕을 차지해 국내 최고 타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8일 1차전 첫 타석에서 솔로 홈런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희관은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 떠오르는 스타다. 최고 구속이 140㎞가 안 됐지만 면돗날 같은 제구력으로 시즌 10승을 올렸다.

둘은 1986년생으로 동갑이다. 이번 맞대결에 앞서 유희관이 먼저 싸움을 걸었다. 그는 7일 준PO 미디어데이에서 옆 자리에 앉은 박병호를 향해 "다들 박병호가 무섭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올해 홈런을 맞은 적도 없다"고 했다. 박병호는 "사실이다. 퓨처스리그에서 유희관을 상대로 그리 좋은 타격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둘은 퓨처스리그(2군) 때부터 친분이 있다. 친하기 때문에 농을 섞어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것이다.

유희관은 기선제압 차원에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올해는 나한테 강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잘 막은 경험도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워낙 박병호에 대한 얘기가 많으니까 기 싸움이라도 이겨야 한다. 엄청난 타자이다. 내가 맞더라도 잃을 게 없다. 모 아니면 도니까"라고 했다. 박병호는 올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유희관을 상대로 4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유희관이 박병호에 완승을 거뒀다. 유희관이 무서운 타자 박병호를 피하지 않았다. 모두 정면 승부로 막아냈다.

세 번의 맞대결에서 박병호는 단 한 번도 1루를 밟지 못했다. 유격수 땅볼(1회 첫 타석), 중견수 뜬공(3회 두번째 타석), 우익수 뜬공(6회 세번째 타석)에 그쳤다.


유희관이 스트라이크존 좌우 구석을 찔렀다. 박병호는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렸다. 하지만 제구가 된 공을 안타로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박병호는 첫 타석에선 3구째 바깥쪽 체인지업(구속 121㎞)를 무리하게 끌어당겼다. 두번째 맞대결에선 2구째 바깥쪽 체인지업(구속 119㎞)을 쳐 좌중간에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었다. 세번째는 2구째 몸쪽 직구(구속 132㎞)에 방망이를 돌렸다.

전문가들은 투수를 평가하는 데 있어 구속과 제구력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제구력이라고 본다. 유희관이 최고의 거포 박병호를 제압한 것도 제구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구속이 150㎞ 이상 나와도 스트라이존 가운데로 몰리면 타자들은 칠 수 있다. 하지만 투수가 130㎞대의 공을 던지더라도 스트라이존 가장자리에 걸칠 경우 강타자도 안타를 만들기 어렵다.

유희관이 박병호를 상대로 그걸 분명히 보여주었다.
목동=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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