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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두산의 박병호 봉쇄법, 넥센 타자들에 달렸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3-10-09 06:27


박병호의 홈런도 중요하지만, 이런 장면이 나와야 넥센은 유리해진다. 8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2사 2루서 2루주자 박병호가 이성열의 좌전 안타 때 힘차게 3루를 돌고 있다. 박병호는 볼넷으로 1루에 출루했었다.
목동=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08.

두산과 넥센이 외나무 대결을 펼치고 있는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양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농담섞인 표현으로 '박병호 시리즈'라는 말이 나온다.

그만큼 넥센 4번 타자 박병호의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두산 입장에서는 박병호를 효과적으로 막을 때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넥센 입장에서는 박병호 뿐만 아니라 거기에 파생되는 효과까지 얻어야 시리즈가 그만큼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나 1차전 직전 두산 코칭스태프에게 가장 많이 들어온 질문 중 하나는 '박병호와 정면승부를 할 것인가'다.

질문은 간단하지만, 두산 입장에서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여러가지 변수들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두산 황병일 수석코치는 "매우 힘든 문제다. 박병호에 대한 대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병호는 약점이 없을까

올해 박병호는 무결점의 타격을 했다.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3할1푼8리, 37홈런, 117타점을 올렸다. 장타력과 함께 컨택트 능력까지 갖췄다는 의미. 게다가 찬스에서 매우 강한 면모를 보인다. 선구안도 매우 좋다. 92개의 볼넷을 얻어 이 부문도 1위다. 한마디로 공략할 포인트가 없다.

힘이 워낙 좋기 때문에 꽉 찬 바깥쪽 공을 던져도 밀어서 장타를 만들어낸다.

황 수석코치는 "워낙 좋은 타자라는 가정 하에 박병호의 약점을 말하면 그래도 몸쪽"이라고 했다. 이 말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지난달 29일 박병호는 노경은의 146㎞ 몸쪽 패스트볼을 그대로 좌측 펜스로 넘겨버렸다. 순간적으로 양 팔을 몸에 붙여 그대로 휘두르는 몸쪽 대처법이 돋보였다. 이 장면만 놓고 본다면 몸쪽에 약점이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


박병호의 몸쪽 대처능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경은의 패스트볼은 어정쩡하게 몸쪽으로 들어간 공이었다. 꽉 찬 몸쪽 패스트볼이 아니었다.

때문에 박병호를 효율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승부구를 몸쪽 꽉 찬 공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박병호 효과의 복잡한 변수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박병호를 상대로 자신있게 몸쪽 승부를 할 수 있는 투수가 두산에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공 반개 정도만 가운데로 몰려도 박병호는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절체절명의 포스트 시즌에서 박병호를 상대로 능수능란하게 몸쪽 승부를 할 수 있는 투수는 리그를 통틀어도 많지 않다. 때문에 박병호의 봉쇄는 여전히 어렵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박병호는 여지없이 진가를 발휘했다. 첫 타석에서 두산 선발 니퍼트의 가운데 높은 공을 그대로 두들겨 중앙 펜스를 넘겼다. 그 뒤 두 개의 볼넷을 얻었다.

3회 2사 2, 3루에 고의4구로 1루를 밟았고, 6회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얻었다. 결국 2-2 팽팽한 상황에서 이성열의 적시타로 박병호가 홈을 밟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넥센이 '박병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느냐다. 박병호와 정면승부를 하지 않았을 경우, 거기에서 파생되는 득점 찬스를 넥센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느냐가 포인트다. 1차전에서는 넥센 타선에 의문이 감돈다.

넥센이 무서운 점은 박병호 뿐만 아니라 이택근 강정호 김민성 등 박병호를 둘러싼 타자들의 중량감이다. 미디어데이에서 박병호가 "나를 거르면 더 큰 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이유다. 그런데 시즌 막판 떨어진 넥센의 타격 사이클이 1차전에서도 회복되지 않았다.

이날 강정호는 4타수 무안타, 김민성이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3회 만루에서 강정호는 범타로 물러났고, 6회 무사 1루 상황에서도 두 선수는 폭발하지 않았다. 승부처에서 이들의 활약은 미미했다. 넥센에서 5, 6번 타순은 강정호와 김민성이 배치된다. 즉 이들이 살아나지 않으면 박병호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현재 두산이 유일하게 박병호를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는 이 부분이다. 볼넷을 내준다는 가정 하에 최대한 박병호와 어렵게 승부한 뒤 후속타자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1차전은 넥센이 4대3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두산 역시 타선의 힘이 충분한 팀이다. 넥센으로서는 '박병호 효과'를 극대화해야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목동=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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