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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끝내기 김지수, 백업에서 가을야구 신데렐라까지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10-09 19:08


9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연장 10회말 1사 3루서 넥센 김지수가 끝내기 안타를 친 후 염경엽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목동=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09.

또 한 명의 가을야구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무명의 가까운 김지수(27)다. 그는 2009년 신인 2차 5라운드 전체 35순위로 넥센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았다. 그동안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군에선 어쩌다 내야 대수비로 출전했다. 2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2년을 버티다가 군복무(경찰)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래도 1군에서 그의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올해도 2군이 있는 전남 강진에서 2013시즌을 맞았다.

기회가 왔다. 팀 동료의 불운이 김지수에게 1군에서 뛸 수는 행운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 6월 김민우와 신현철이 동시에 음주사고 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염경엽 감독은 2군에 있던 김지수를 콜업했다. 김지수는 2013시즌 페넌트레이스 31경기에 출전, 타율 2할7푼1리, 13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선발 보다는 대수비 후 경기 막판 한두 차례 타석에 들어서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염 감독은 김지수를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명단(27명)에 포함시켰다. 꼭 쓸데가 있다고 봤다.

김지수의 장점은 근성이다. 타격에 재능은 떨어지지만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끈기가 있다. 넥센팬들 사이에선 LG 마무리 봉중근을 10구 이상 던진게 해 괴롭혔던 장면을 잊지 못한다.

그랬던 김지수가 9일 넥센의 준PO 2차전 승리를 따내는 끝내기 안타를 쳤다. 2-2로 팽팽한 연장 10회말 1사 3루, 포스트시즌 생애 첫 타석에서 우중간에 떨어지는 끝내기를 쳤다. 3루 주자 박병호가 홈을 밟으며 3대2로 역전승했다. 넥센이 2경기 연속 끝내기로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이제 1승만 더 하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김지수는 10회초부터 김민성을 대신해 3루 수비로 들어갔다.

김지수는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쏟았다. 눈물을 계속 흘려 잠시 인터뷰가 중단되기까지 했다. 그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가서 좋았지만 타석에 들어설 일은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의 앞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찬스가 왔다. 볼넷으로 걸어나간 박병호가 상대 투수의 견제 미스로 3루까지 간 상황이었다. 상대 투수는 두산의 불펜 오현택.

김지수는 "공이 위력적이지 않아서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끝내기 치고 부모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 오늘 경기가 매진돼서 부모님이 오시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지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스타 플레이어 박병호 최 정(SK) 이원석(두산) 등과 친구다. 고교시절 청소년대표까지 같이 했다. 동기들이 자리를 잡을 동안 김지수는 음지에 있었다. 김지수의 부모는 친구들의 활약이 부러웠다.

김지수는 "부모님께서 제가 야구를 잘하면 좋아하시니까 1군에 계속 남아 있는게 효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 기자회견장에 박수가 터졌다.
목동=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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