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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베이스볼시네마-김진욱 감독의 번트 원포인트 레슨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10-09 16:10


9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1회초 1사 2루서 두산 민병헌이 삼진 아웃당하고 있다.
목동=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09.

첫 판의 아쉬운 1점차 패배. 두산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8일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말 이택근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는 바람에 3대4로 진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을 것이다.

원래 진 경기를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하는 가정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결과론에 집착하기 보다는 과정상의 오류를 되짚어보면서 또 다른 아쉬움을 만들지 않기 위해 수정하는 게 훨씬 낫다.

9일 목동구장에서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둔 두산 벤치에서는 그런 '오류 수정'의 과정이 진행됐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잘못을 질책하는 형태는 아니다. 이미 프로 선수들인만큼 가볍게 한번 짚어주는 '원포인트 레슨' 정도다. 두산 김진욱 감독이 1차전에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던 민병헌에게 해준 '원포인트 레슨'의 한 장면이다.


9일 목동구장에서 2013프로야구 준PO 2차전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두산 김진욱 감독이 덕아웃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0.9
김 감독 : (들고 있던 노크 배트를 민병헌에게 건네며) "병헌아, 이거 너 가져라. 이거 줄테니까 번트 좀 잘 대봐라."

민병헌 : "어제 나이트가 던지는 싱커가 어찌나 어려웠는지 몰라요."

김 감독과 민병헌이 언급한 장면은 전날 1차전에서 2-2로 맞선 6회초 무사 2루 상황이었다. 당시 대타 오재원이 중전안타를 쳐 팽팽한 균형을 깰 수 있는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두산 벤치는 득점 확률을 더 높이기 위해 3번 민병헌에게 곧바로 번트를 지시했다. 하지만 넥센 선발 나이트의 공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결국 민병헌은 초구에 번트를 시도했으나 파울을 만들고 말았다.

김 감독 : "나는 네가 타석에 선 것만 보고도 가슴이 철렁하더라. 몸쪽 공에 번트를 하려면 살짝 오픈 스탠스(타석에서 투수쪽을 향한 발을 약간 뒤로 뺀 채 선 자세)를 해서 몸쪽을 열어줘야되는데, 너는 들어갈 때부터 스퀘어 스탠스(타석에서 두 발을 평행하게 한 채 선 자세)를 하니까 더 어려운 거라."

다행히 2구째 볼에 오재원이 2루 도루에 성공했고, 민병헌이 3구째에 번트 동작을 취하다가 강공으로 바꾸는 페이크 번트 슬래시로 유격수 땅볼을 만들며 오재원을 3루로 보내긴 했다. 번트에는 실패했지만, 선행 주자를 한 베이스 진루시킨다는 목표는 이뤄냈다. 그래서인지 민병헌도 할 말이 있었다.


민병헌 : "그래도 주자는 보냈습니다. 순간적으로 3루 코치님이 유격수 위치 보라는 신호를 줘서 타구를 딱 잘 굴렸죠."

하지만 김 감독은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았나보다. 직접 번트 동작을 여러 차례 시연해보이며 한 마디를 더 보탰다.

김 감독 : "번트를 대든지, 페이크 슬래쉬를 하든지. 항상 투수는 번트대려는 타자의 몸쪽을 공략하니까 스탠스를 순간적으로 잘 바꾸는 게 좋아."

민병헌 : (감독의 동작을 보고 확실히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 "알겠습니다. 오늘 잘 하겠습니다."

김 감독이 직접 시연까지 했던 원포인트 레슨이 민병헌의 번트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 수 있을 지 궁금해진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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