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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무등야구장의 마지막 모습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10-04 20:23


◇광주 무등야구장은 프로원년인 1982년부터 올해까지 32년 동안 '타이거즈'의 안방이었다. 그러나 4일 넥센과의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홈구장'으로서의 용도는 사라진다. 대신 좌측 외야 뒤쪽에 새로 짓는 최신식 구장인 'KIA 챔피언스 필드'가 새로운 '타이거즈의 안방'이 된다. 4일 광주 넥센전을 앞두고 KIA 선수들이 무등구장에서 마지막 훈련을 하는 가운데 뒤쪽으로 새 구장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광주=이원만 기자wman@sportschosun.com

'땀과 혼이 깃든 이곳, 영원하리!' '기억할게! 우리의 무등'

1982년 프로야구가 개막한 이래 광주 무등야구장은 '호남야구의 성지'로 자리매김해왔다. 프로 원년부터 참여한 해태 타이거즈(KIA 타이거즈 전신)은 무등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무려 9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해태 타이거즈는 개막 이듬해인 1983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시작으로 1997년까지 무려 9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8, 90년대 프로야구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이 9번의 우승 가운데 1987년 우승은 같했다. 유일하게 무등구장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하며 홈팬들과 기쁨을 진하게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타이거즈'의 안방인 무등구장 역시 상대팀에는 두려운 장소로 인식됐다. '타이거즈'는 3일까지 무등구장에서 총 1015승(787패 45무)을 거두며 5할6푼3리의 승률을 기록했다.
◇4일 넥센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KIA는 무등구장을 떠나 새로운 'KIA 챔피언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쓰게 된다. 마지막 홈경기를 앞둔 광주 무등구장의 모습. 광주=이원만 기자wman@sportschosun.com
하지만 8, 90년대의 영화는 2000년대에 접어들어 점점 퇴색됐다. IMF로 인해 모기업 해태의 사정이 어려워지며 '타이거즈'가 2001년 KIA에 인수됐고, 이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1965년에 처음 만들어진 무등구장 역시 지은 지 40년이 넘어가면서 대표적인 '시설 낙후 구장'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쓰기도 했다.

'KIA 타이거즈'가 2009년에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통산 10번째 우승기를 들긴 했지만, 과거 '해태 타이거즈' 시절만큼의 위압감은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KIA는 2012년에 과거 해태시절 무등구장에서 '전설'로 우뚝 선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선동열 감독을 영입해 영광의 재현을 노렸다. 그러나 선 감독이 부임한 뒤 2년간 KIA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계속 실패하며 자존심에 흠집을 남기고 말았다.

이러한 영욕의 역사도 4일까지만이다. 시즌 최종전인 4일 광주 넥센전을 마치면 KIA는 무등구장을 더 이상 홈구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 짓는 최신식 구장인 'KIA 챔피언스 필드'로 안방을 옮겨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다.

KIA 선동열 감독은 4일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73년에 이곳 무등구장에 처음으로 서봤다. 40년이 지나 지도자로 서 있는데, 이제 내년부터는 이곳을 떠난다고 하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무등구장에서 지도자로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기만 하다. 마지막 홈경기에서는 꼭 이기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최종전을 앞둔 무등구장에는 곳곳에 이별을 아쉬워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영광의 역사가 시작된 무등'

'땀과 혼이 깃든 이곳, 영원하리!' '기억할게! 우리의 무등' 등 그간 영욕의 세월을 보낸 무등구장을 추억하는 내용이다.
◇4일 광주 무등구장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KIA 선수단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다. 어린이 팬에게 사인볼을 건네주는 윤석민을 비롯한 KIA 선수들의 모습.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하지만 KIA가 홈구장을 변경한다고 해서 무등구장이 곧바로 철거돼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등구장에서는 내년부터 아마추어 경기가 펼쳐진다. 또 사회인 야구경기도 펼쳐지게 된다. 2015년에 열리는 하계 유니버시아드 때도 야구 보조경기장으로 쓰이는 등 당분간 그 수명을 이어갈 전망이다.

대신 이에 걸맞게 시설을 변경할 필요는 있다. 선 감독은 "현재 천연잔디가 깔려 있는데, 관리가 매우 까다롭다. 그나마 프로경기는 하루에 한 경기만 열리고 구단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해 잔디를 유지할 수 있지만, 아마추어 대회는 하루에 2~3경기가 치러지고 관리도 제대로 안된다"면서 "아마추어 대회나 사회인 야구경기를 위해서라면 다시 인조잔디로 바꾸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타이거즈'의 안방자리는 '챔피언스 필드'에 물려주지만 무등구장은 여전히 호남야구의 산실로 남아있을 것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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