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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첫 3연패]'시스템 야구'의 승리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10-02 22:05


지금 국내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가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은 올해 그 어느 해보다 후반기 부상자가 많았다. 또 외국인 선수가 제 역할을 못해주면서 압도적으로 치고나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페넌트레이스 끝까지 피말리는 1위 싸움을 해야 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국 첫 정규시즌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활짝 웃었다.
시스템의 승리였다고 볼 수 있다. 주전급 선수의 부상을 백업들이 기대이상으로 잘 메워주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7.31/

모든 조직은 원활한 시스템을 갖추길 바란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특출난 한두명에 매달리는 게 아니라 누구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시스템 야구'를 꿈꾼다.

지금 국내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가장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그렇다.

지난 1996년 오픈한 경산볼파크는 선수들이 오로지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공간이다. 2005년부터는 전지훈련 시스템을 선진화했다. 괌과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동선을 처음 가동했다. 특히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엔 웨이트트레이닝장과 실내훈련장도 만들었다.

김 인 삼성 라이온즈 사장은 취임 이후 바로 통합 전략 야구정보시스템 개발을 이끌었다. 2011년 4월부터 1년간 35억원과 프로그래머 40여명이 투입돼 '스타비스(STABIS)'를 완성됐다. 선수 정보, 스카우트를 포함해 구단 전체 업무를 아우르는 통합정보시스템이다.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화했다. 선수는 과거 특정 시점의 출전 경기 동영상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삼성은 다른 팀들보다 먼 미래를 보고 앞서 달려왔다.

최근엔 대형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을 자제하는 대신 선수 육성에 힘을 쏟았다. 코칭스태프 숫자를 늘려 전담코치제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운영했다. 2군과 재활군이 매끄럽게 돌아가고 있다. 또 부상 선수의 재활 프로그램도 단연 최고다.

삼성은 올해 그 어느 해보다 후반기 부상자가 많았다. 또 외국인 선수가 제 역할을 못해주면서 압도적으로 치고나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페넌트레이스 끝까지 피말리는 1위 싸움을 해야 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국 첫 정규시즌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활짝 웃었다.

시스템의 승리였다고 볼 수 있다. 주전급 선수의 부상을 백업들이 기대이상으로 잘 메워주었다. 2루수 조동찬(무릎)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LG에서 영입한 김태완이 빛을 발했다. 김태완이 꼭 필요할 때마다 쳐주는 타격 솜씨는 일품이었다. 채태인(어깨)이 부상으로 1군을 떠나 있을 때는 강봉규가 1루를 지켰다. 김상수의 백업으로 정병곤 정 현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외야 수비와 1번 타순을 놓고 배영섭과 정형식이 벌인 주전경쟁도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지영은 베테랑 포수 진갑용 보다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소중한 실전 경험을 쌓아나갔다. 삼성은 진갑용(39)의 나이를 고려해 주전 포수의 세대교체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삼성 타순의 기둥 이승엽이 허리 통증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삼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남아 있는 선수들이 더 분발했다. 젊은 거포 박석민, 주장 최형우, 박한이 등이 번갈아 가면서 해결사 노릇을 했다.

이승엽은 2012년 삼성의 통합 우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올해는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으로 기대이하의 성적을 냈다. 그렇지만 이승엽의 부진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지난해 부진했던 채태인(타율 0.373, 11홈런, 52타점) 최형우(타율 0.305, 28홈런, 96타점) 배영섭(타율 0.300, 2홈런, 38타점)이 동시에 폭발했기 때문이다. 김상수도 유격수라는 수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성적(타율 2할9푼8리, 7홈런, 44타점)을 냈다. 무명의 작은 고추 이상훈(키 1m71)도 위기의 순간에 큰 것 한방으로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마운드에선 외국인 선수 로드리게스(3승5패, 퇴출) 카리대(1패)의 부진을 차우찬(10승7패)이 만회했다. 삼성은 2013시즌을 준비하면서 타자를 윽박지르는 외국인 투수를 원했다. 2012시즌 25승을 합작한 탈보트(14승), 고든(11승)과의 계약을 포기했다. 그런 위험 부담을 안고 밴덴헐크(7승9패)와 로드리게스를 영입했는데 로드리게스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중도에 돌아갔다. 그리고 대체 선수로 데려온 카리대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가 제 구실을 못하면 팀이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삼성은 버텨냈다. 배영수(14승) 윤성환(13승) 장원삼(12승)에 차우찬까지 10승을 올렸다. 불펜에선 신용운이 새롭게 가세해 한 자리를 맡았다. 심창민은 수술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권오준을 대신했다. 승리조 안지만과 최고 마무리 오승환은 자신들의 임무를 잘 수행했다.

이런 시스템 야구에 윤할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1등 주의'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단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1주일에 1번 꼴로 코칭스태프와 식사를 했다. 류 감독은 딱딱한 회의를 싫어한다. 밥 먹는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코치들의 얘기를 듣고 말했다.

선수들은 '1등 주의'로 하나가 됐다. 삼성 투수들은 국내 최고라는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올해 팀 평균자책점 1위를 LG에 내줬지만 정규시즌 1위는 결코 빼앗길 수 없었다. 삼성 타자들은 득점권 타율 1위(0.296)로 최고의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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