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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홈런 근접한 넥센 4번타자 박병호의 소망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10-02 05:58



홈런타자의 꿈은 뭘까. 홈런 개수? 아니었다. 그가 바라는 건 따로 있었다.

넥센 4번타자 박병호는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1시즌 도중 LG에서 트레이드돼 넥센의 4번타자로 고정된 뒤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 현재로선 성장세의 끝이 어디일지 모른다

9월까지 박병호는 타율 3할2푼1리 36홈런 11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록한 2할9푼 31홈런 105타점을 이미 뛰어넘었다. 현재 페이스면 40홈런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2010년 이대호(44개) 이후 3년만에 40홈런 타자 탄생을 앞두고 있다.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 기록은 더욱 오랜만이다. 우즈(1998~2001년), 이승엽(1997~1999년, 2002~2003년), 장종훈(1991~1992년), 호세(1999, 2001년), 마해영(2002~2003년), 심정수(2002~2003년), 이호준(2003~2004년)에 이어 8번째, 무려 9년만이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는 거포 부재에 시달렸다. 이대호가 일본 무대로 진출하면서 언제나 호쾌한 장타를 때려낼 수 있는 타자가 보이지 않았다. 박병호가 그 갈증을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했던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정작 박병호는 홈런에 대한 욕심이 없다. 이미 시즌 전 세운 목표치를 충분히 달성했기 때문이다. 1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만난 박병호는 "사실 홈런은 25개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보다는 볼넷을 많이 골라내는 것과 아프지 않고 전경기 출전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홈런이나 볼넷 같은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전경기 출전 역시 코앞이다. 하지만 그 역시 사람이었다. 다소 신경이 쓰인 적도 있었다.

박병호는 "사실 시즌 초반에 많은 분들이 홈런 1위 경쟁을 말씀하셨다. 누가 홈런 쳤다고 주변에서 말도 많이 했다. 나도 사람인데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도 '30개 빨리 쳐야지'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40홈런에 근접했지만, 그보다 남은 경기에서 팀이 많이 승리하면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으니 그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사실 박병호는 올시즌 팀 성적이 좋은 게 더 기쁘다고 했다. 넥센은 창단 6년만에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됐다. "팀 성적이 좋으니 4번타자 역할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1사 1루 넥센 박병호가 1회, 3회에 이어 세번 째 홈런을 치고 있다.
목동=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9.29/
2년 연속 30홈런-100타점 기록도 언론에서 접하고 처음 알았다.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데에 대해 영광을 느낄 뿐이었다.

넥센 입단 후 자신을 지도한 박흥식 타격코치(현 롯데)를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박병호는 "코치님께서 오늘도 아침에 전화를 주셨다. 생갭다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해주셨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넥센 유니폼을 입은 뒤, 박 코치에게 들은 "3년은 보자"는 말을 잊지 못한다. 박 코치는 지난해와 올해, 그리고 내년까지 3년 동안 박병호의 성장을 기다리겠단 의도였지만, 박병호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3년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박병호는 코칭스태프의 기대 이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박병호는 지난해 첫 풀타임 경험이 자신을 키웠다고 생각하고 있다.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박병호는 "볼넷을 골라내는 방법이나 투수와의 수싸움 방법을 알게 됐다. 홈런을 많이 치고 이듬해 상대 견제 등으로 타율이 뚝 떨어지는 사례가 많았던 걸 알고 있다. 나도 걱정했던 부분이다. 한 번 참고 볼넷을 고르는 법을 알게 되니, 타율도 올랐다"며 미소지었다.

실제 박병호는 올시즌 볼넷 1위(86개)에 올라있다. 득점권에서도 가장 많은 44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중심타선에 이택근 강정호 김민성 등 또다른 해결사들이 즐비하기에 더 큰 찬스를 만들어주면서 팀에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홈런타자 박병호의 꿈은 무엇일까. 대개 자신의 목표를 말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과거 이승엽이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우던 2003년을 말했다.

박병호는 "이승엽 선배님이 홈런을 칠 때마다 전국이 들썩였다. 잠자리채가 야구장을 가득 채우지 않았나. 그때 난 고등학생이었다"면서 "언제나 그런 장면을 꿈꿔왔다. 언젠간 우리 프로야구에서도 그런 모습이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홈런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졌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한국프로야구에 다시 '홈런 붐'이 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박병호는 자신이 그 열풍을 이끌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고 있는 끝없는 성장세를 보면, 두번째 잠자리채 열풍의 주인공이 되는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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