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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신종길, 라스트 스퍼트가 필요한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10-02 11:49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1일 군산구장에서 열렸다. 1-1로 팽팽한 접전이 벌어진 9회말 2사 만루 KIA 신종길이 끝내기 우전안타를 치자 동료들이 환호하며 신종길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군산=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9.11/

장기레이스에서 '끝마무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스타트부터 마지막 피니시까지 일관되게 전력 질주를 할 수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적절한 체력안배로 레이스를 균일하게 이끌어가다가 마지막 구간에서 전력을 쏟아부어 기록을 끌어올려야 한다.

마라톤에서 통용되는 이런 전략은 프로야구에서도 꽤 유용하다. 6개월이 넘게 치러지는 정규시즌을 성공리에 마치려면 현명한 자기관리와 함께 막판 질주가 필요하다. 대부분 선수들의 힘이 떨어지는 시기에 제 몫만 해내도 성적은 상대적으로 오를 수 있다.

지금 KIA에서 이런 전략이 가장 필요한 인물은 바로 외야수 신종길(30)이다. 숨가쁘게 한 시즌을 내달려 왔는데, 막판에 그 기세가 주춤하다. 체력의 저하에 따른 컨디션 난조로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주저앉으면 곤란하다. 없는 힘도 짜내어 라스트 스퍼트를 할 시기가 됐다.

신종길에게 라스트 스퍼트가 요구되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하나는 모처럼 '커리어 하이'시즌을 맞이한 만큼, 최대한 성적을 끌어올려놔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평범한 선수들이 '각성의 시즌'을 보내고 나면 몇 단계 성장해 스타급 선수로 발돋움하곤 한다. 이 '각성의 시즌'을 통해 자신감과 야구를 보는 시각이 동시에 커진다. 때에 따라서는 실력 자체가 크게 늘어난다.

올해의 신종길이 바로 그런 시기를 겪고 있다. 신종길은 지난 10년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다. 2003년 프로데뷔 후 늘 가능성은 인정받았으나 이게 실제 실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수많은 감독들이 그에게 기대를 걸었다가 포기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비록 시즌 초반 같은 포지션을 맡고 있는 김주찬이 FA로 팀에 합류하면서 신종길의 입지가 불안했지만, 뜻밖에 김주찬이 다치면서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신종길은 어쩌면 마지막이 됐을지도 모르는 이 기회를 멋지게 살려냈다. '호타준족'의 모습을 마음껏 과시하며 드디어 '유망주'의 꼬리표를 떼어냈다.

그 결과 신종길은 '시즌 타율 3할'의 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규정타석을 채우고 나자 한때 '타격 베스트5'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러모로 볼때 올해를 기점으로 신종길의 야구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런 시기일수록 막판 관리도 중요하다. 시즌 내내 잘하다가 시즌 말미에 고꾸러지면, 다시 슬럼프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즌 종료때까지 최대한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더 큰 성장을 위한 초석이다. 또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평균타율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체력이 떨어졌을 때 평균 타율을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를 찾아야 앞으로 계속 3할대 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최소한의 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다. 지금의 신종길은 이런 역할을 맡을 정도로 성장했다. 팀내에서 유일하게 '타격 베스트 10'안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일 기준으로 신종길의 시즌 타율은 3할1푼2리(365타수 114안타)다. 팀내 1위이자 전체 11위에 해당한다. 최근 타격 부진으로 많이 하락한 수치가 이 정도다.


신종길은 최근 6경기에서 고작 2할1푼4리(28타수 6안타)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풀타임 시즌을 처음으로 치르다보니 시즌 막판 체력과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결과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진이다. 하지만, 이런 역경을 스스로 극복해내려는 도전 의지마저 잃으면 안된다. 그것은 신종길 본인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추락한 KIA의 마지막 자존심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 최소한의 결과물은 신종길의 '타격 베스트 10' 복귀다. 과연 시즌 종료까지 신종길이 타격 베스트 10에 복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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