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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덕 코치 6개월 미국야구연수-류현진 체험기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9-26 11:08


한화 한용덕 전 감독대행이 25일 한화와 LG의 경기가 펼쳐진 대전구장을 찾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용덕 전 감독대행.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9.25/

"(류)현진이 덕을 좀 봤지요."

지난해 시즌 막판에 한대화 감독이 사퇴한 후 이글스를 이끌었던 한용덕 전 한화 감독대행(48)이 최근 귀국해 팀에 복귀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투수파트를 맡았던 한 코치는 지난 3월 초 미국으로 건너가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루키팀 AZL 다저스(애리조나), 싱글A 란초 쿠카몽가(캘리포니아) , 트리플A 앨버커키(뉴멕시코) 까지 단계를 밟아서 6개월 간 미국야구를 경험했다.

25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한 코치는 대전 충남중에 들러 안영명 윤규진 등 공익근무 중인 4명의 선수가 일과시간이 끝난 뒤 훈련하는 모습을 체크하고 왔다고 했다. 시즌이 진행 중이라 보직이 정해지지 않았고, 일단 이들 4명의 선수를 지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 코치는 내년 시즌 팀에 합류할 예정인 안영명이 너클커브를 던지는 걸 봤는데, 좋아보였다고 했다.

한 코치가 6개월 간 미국야구를 접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선수를 존중하면서 기다려주는 코칭스태프의 자세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한 코치는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당장 바로잡아야할 점이 있는데도, 감독이나 코치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바로 손을 대지 않고 나중에 선수가 충분히 문
한화 한용덕 전 감독대행이 25일 한화와 LG의 경기가 펼쳐진 대전구장을 찾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용덕 전 감독대행.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9.25/
제점을 인지했을 때 지적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사실 국내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훈련 시스템 등 주요 프로그램은 한국과 일본, 미국이 모두 비슷해졌다. 미국과 일본의 선진야구를 발빠르게 흡수하고 벤치마킹한 덕분이다. 그런데 선수 지도방식은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아직 다른 점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한 코치는 "싱글 A 팀인데도 전담 스카우트가 따로 있었고, 매 경기 6대의 카메라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찍고 편집해 선수별로 나줘주고 있었다. 선수가 자료를 보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플레이에 문제점이 있다는 걸 인지했을 때 코칭스태프가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선수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며서 선수가 납득을 할 때 조언을 해야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메이저리그에 독특한 타격폼, 투구폼을 가진 선수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금이라도 선에서 벗어나면 바로 지시가 떨어지는 한국과는 다른 풍토다. 한 코치는 또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것이겠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격의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귀국하기 전 자리를 함게 한 류현진과 한용덕 코치. 사진제공=한용덕 한화 코치
단순히 마이너리그 야구를 지켜보기만 한 게 아니라 구단에서 통역을 붙여줘 세세하게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 코치는 류현진이 한화에 입단했을 때부터 LA 다저스로 이적하기 직전까지 곁에서 지켜봤다. 류현진이 루키 때는 투수코치, 마지막 시즌 때는 감독대행으로 함께 했다.


그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저스 구단 스카우트들로부터 류현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스프링캠프 때 러닝과 불펜투구 문제가 나오면서 현지 언론은 다저스가 검증이 안 된 선수에게 과도한 투자를 했다고 보도했다.

한 코치는 "류현진 영입에 관여한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들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담이 컸을 것이다. 현진이가 잘 적응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걱정이 많은 것 같아서 현진이의 강점을 설명하고 안심을 시켰다. 나중에 현진이가 잘 할 때는 지금보다 한화 신인 때 공이 더 좋았다는 농담도 했다"며 웃었다.

미국에 있는 동안 한 코치는 류현진 덕분에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류현진이 좋을 활약을 펼치며서 관심은 더 높아졌다. 소속팀의 일정이 워낙 빡빡해 다저스타디움을 찾을 기회는 적었지만,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선수를 통해 류현진으로부터 소식을 전해듣기도 하고,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LA 다저스 산하 싱글 A에서 핸리 라미레스와 포즈를 취한 한용덕 한화 이글스 코치. 사진제공=한용덕 한화 코치
한 코치는 류현진이 한차례 등판을 건너뛰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선발로 나왔다가 패전투수가 된 직후인 13일 그를 만났다고 한다. 한 코치는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잘 이겨낼 것으로 믿고 있지만 의기소침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더 승수를 쌓지 못해도 좋다. 다저스 사람들 모두 이미 너를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음 편하게 먹어라'는 얘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한 코치는 "올시즌 다저스가 새로운 선수를 많이 영입하면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선수가 많았다. 메이저팀에 있다가 내려온 선수마다 현진이 이야기를 하더라. 현진이 덕분에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다"며 웃었다.

한 코치는 다저스 선수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가벼운 부상으로 싱글 A에 내려온 핸리 라미레스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곤 했단다. 당시 라미레스는 수비는 다른 선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탁월했지만, 타격은 부진했다고 한다. 스타 선수가 저 정도밖에 안 되나 생각을 했는데, 메이저리그 승격 후에 엄청난 활약을 하는 걸 보고 역시 클래스가 다른 선수라는 걸 느꼈다고 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 A 앨버버키 유니폼을 입고 지난달 초 함께한 투수 브라이언 윌슨과 한용덕 코치.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저스로 이적한 윌슨은 앨버커키에서 구위를 체크한 뒤 메이저리그에 합류했다. 사진제공=한용덕 한화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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