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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차우찬의 깨달음, "난 구위로 싸우는 투수"

기사입력 2013-08-28 19:54 | 최종수정 2013-08-29 06:08

[포토] 삼성 선발 차우찬의 힘찬 피칭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죠."

뻔해 보이는 이 말. 야구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삼성 좌완 차우찬은 두마리 토끼를 잡는 걸 포기했다. 그 결과, 2년만의 10승이 눈앞이다.

차우찬은 지난 27일 대구 NC전에서 7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122개의 공을 던지면서 피안타는 단 1개만을 허용했다. 탈삼진은 올시즌 최다인 9개나 잡았다.

하지만 4사구가 문제였다. 볼넷이 5개, 몸에 맞는 볼이 2개였다. 1이닝당 4사구가 1개 꼴로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차우찬이 잘 던져줬다. 하지만 4사구가 많았던 게 옥에 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차우찬도 제구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선발등판 다음날 만난 그는 "내 문제는 제구력이다. 하지만 난 원래 구위로 싸우는 투수다. 구위가 좋으면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볼넷을 안 주려고 하다 보면 구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굳이 제구에 신경 쓰다 보면, 장기인 구위까지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차우찬은 150㎞를 넘나드는 직구를 뻬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투수다. 단점을 보완하다 이도 저도 아닌 투수가 되기 보단,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편이 낫다. 차우찬 역시 제구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 보단 구위에 대해 자신감을 갖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도 전날 경기는 아쉬움이 남았다. 차우찬은 "어제 같은 경기는 사실 완투하고도 남았어야 한다. 결국은 4사구 때문에 무너졌다. 7개면 할 말 다 한 것 아닌가"라며 고개를 숙였다.

스트레스도 받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차우찬은 "코치님들도 1이닝 던지고 들어올 때마다 '널뛰기 피칭'이란 말씀을 많이 하신다. 하지만 굳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한다"며 웃었다.


차우찬은 전날 경기에서 공을 던질수록 보다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4회 실점 이후 6회를 3연속 삼진으로 마치는 등 뒤로 갈 수록 공이 좋았다. 차우찬은 "사실 던지면서 게임에 호흡이 맞춰지는 것 같다. 불펜에서 70~80개 던지고 들어가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불펜과 실전은 다르다. 처음엔 긴장되서 급하고 마음이 떠있다가도, 점점 가라앉아 차분해진다"며 웃었다.

류중일 감독 역시 차우찬에 대해 "120~130개까지 가면 오히려 공이 더 좋다"고 말할 정도다. 차우찬은 "많이 던져도 팔은 전혀 뭉치지 않는다. 목만 조금 뻐근하다"고 했다. 공을 던지는 체력 만큼은 타고난 것이다.

후반기 들어 성적이 좋다. 불펜에서 뛰다 가끔씩 선발등판하는 스윙맨에서 선발로 고정된 뒤 성적이 더 좋아졌다. 외국인선수 로드리게스의 퇴출과 대체 외국인선수 카리대의 부상으로 계속 해서 선발로 나서고 있다. 후반기 7경기(5경기 선발)서 2승2패 평균자책점 2.31을 기록중이다. 전반기엔 30경기(3경기 선발)서 6승3패 3홀드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했다.

차우찬은 후반기 선전에 대해 "후반기 들어서 확실히 구위 자체가 계속 좋다. 지난 겨울에 순발력 훈련을 한 게 효과가 나오는 것 같다. 공을 던지는 순간 스피드가 빨라지면서 공도 좋아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선발과 불펜, 어떤 자리가 더 좋을까. 차우찬은 "개인적으론 선발이 좋은데 이기고 있을 때 승부처에서 나가는 것도 재미가 있다"며 보직은 크게 상관없다고 했다. 불펜투수가 느끼는 압박 역시 즐겁다고 했다.

지금 직구는 가장 좋았을 때의 공과 비슷하다고. 차우찬은 "이제 볼넷을 내줘도 다음 타자를 막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난 구위가 없으면 안 되는 투수니까"라며 미소지었다. 스트레스보단 즐기기로 한 차우찬, 묵직한 직구만큼이나 자신감도 생긴 모습이었다.


대구=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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