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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만수 감독, '박찬호 에세이'를 선수들에게 선물한 까닭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7-04 18:51 | 최종수정 2013-07-05 10:52


◇SK 이만수 감독이 4일 인천 KIA전을 앞두고 올해 두 번째로 선수단에 책을 선물했다. 이번에 선물한 책은 '레전드' 박찬호의 자전적 에세이인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였다. 이 감독은 책에 나온 박찬호의 메시지가 선수들의 분발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전하게 됐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내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선수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하는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별 다른 말없이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잠재력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선수들과 1대1로 허심탄회한 면담을 통해 속마음을 열기도 한다. 각자의 개성과 팀 상황에 따라 어떤 방법을 택하는 지 달라지는 데, 딱히 정답은 없다. 어떤 방법이든 선수들에게 감독이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분발을 촉구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SK 이만수 감독이 택한 방법은 좋은 책을 선물해 선수들 스스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로 선수단 전체에 책을 선물했다. '마음의 양식'인 책을 통해 선수 각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깨달음을 얻으라는 뜻이다. 시즌 개막전이 열린 지난 3월29일, 스포츠정신의학 전문의 한덕현 교수의 저서 '마음속에는 괴물이 산다'를 선물한 이 감독은 시즌 전반기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인 4일에는 박찬호의 자전적 에세이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를 1군 선수단 전원에게 선물했다.
◇SK 이만수 감독은 선수 개개인별로 다른 메시지를 책 속지에 직접 써서 전했다. 박정배에게 전하는 메시지. 사진제공=SK 와이번스
특히 이 감독은 그냥 책을 선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 속지에 선수 개개인에 전하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줬다. 팀의 필승조로 맹활약 중인 박정배에게는 "너야 말로 인간 승리다. 지금같은 마음이라면 앞으로 무엇을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일구 일구 던지길 바란다"는 글을 써줬고, 테이블세터로 팀에 알토란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조동화에게는 "올해 너의 새로운 모습에 나뿐만 아니라 팀과 동료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어 고맙구나"라고 적었다.
◇SK 이만수 감독이 책 속지에 직접 쓴 조동화에게 전하는 메시지.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이 감독은 4일 인천 KIA전을 앞두고 이렇게 일일히 메시지를 적어 책을 선물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박찬호의 책을 읽고 너무 큰 감동을 받은 뒤 선수들도 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최근 박찬호로부터 직접 책을 선물받은 뒤 한 번에 끝까지 읽게 됐다고 한다.

그만큼 박찬호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와 깨달음이 흡입력을 지닌 채 이 감독에게 큰 감동을 전해줬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책에 나온 '프로는 이겨야 하고, 지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든가 '팀 플레이'를 강조한 내용 등이 특히 공감됐다"고 말했다.

책을 완독한 후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이 감동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가 직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전설'인 박찬호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다는 게 선수들에게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다. 휴식일에 책을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겼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감독은 그냥 책을 선물하기 보다는 선수들 개개인별로 자신이 전하고픈 메시지를 함께 적어주는 것이 더 의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3일 경기 후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정성껏 코멘트를 적었다. 최근의 SK는 그간 쌓아온 명성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7위로 떨어져 있다. 과연 이 감독의 메시지가 담긴 박찬호의 에세이가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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