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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계속 에어컨 빵빵 나오는 방에서 재워."
투수와 타자를 막론하고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터뷰 도중 "몸이 안좋아 힘이 없었는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멘트를 종종 접할 수 있다. 감기, 배탈 등으로 힘이 쭉 빠진 상황에서 오히려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공을 던질 때나, 배트를 휘두를 때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면 악영향을 미친다는게 야구계의 정설이다. 투수는 힘을 빼면 제구가 잡히고, 타자들은 스위트스팟에 공을 맞힐 확률이 늘어난다.
재밌는건 레이예스의 호투에 비밀이 숨어있다는 것. 레이예스는 LG전을 앞두고 3루측 원정 라커룸에서 약 30분간 달콤한 낮잠을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에어컨 바람이 바로 나오는 위치에서 잠을 자 경기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냉방병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1회부터 최근 경기와는 확 달라진 완벽한 제구를 선보였다. 경기 내내 안정적인 투구가 이어졌다. 경기 후 SK 덕아웃에서는 "냉방병 때문에 레이예스가 제구력을 되찾았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26일 경기를 앞두고 이 얘기를 들은 SK 이만수 감독의 얘기가 압권. 이 감독은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방에서 재워라"라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레이예스의 호투가 그만큼 반가웠다는 뜻이다.
덕아웃에서 만난 레이예스는 냉방병 효과에 대한 얘기를 들은 뒤 웃으며 "경기 전 당이 떨어진 느낌이었는데 초코바와 이온음료를 마시고 등판한게 도움이 됐다. 무너진 밸런스를 찾기 위해 비디오 분석 등 노력을 많이 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즌 초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때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