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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레이예스, LG전 역투는 냉방병 때문?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5-26 16:52 | 최종수정 2013-05-26 16:52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앞으로 계속 에어컨 빵빵 나오는 방에서 재워."

투수와 타자를 막론하고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터뷰 도중 "몸이 안좋아 힘이 없었는데,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멘트를 종종 접할 수 있다. 감기, 배탈 등으로 힘이 쭉 빠진 상황에서 오히려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공을 던질 때나, 배트를 휘두를 때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면 악영향을 미친다는게 야구계의 정설이다. 투수는 힘을 빼면 제구가 잡히고, 타자들은 스위트스팟에 공을 맞힐 확률이 늘어난다.

SK와 LG의 경기가 열린 26일 잠실구장. 경기 전 SK 외국인 투수 조조 레이예스의 '냉방병 역투'가 화제가 됐다. 레이예스는 25일 LG전에 선발로 등판해 8이닝 1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팀의 3연패를 끊어냈다. 본인 스스로도 부진을 털어내는 계기가 됐다. 지난 9일 두산전에서 4이닝 9실점의 최악의 투구를 한 이후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린 레이예스였다. 하지만 LG전에서는 시즌 초반 보여줬던 완벽한 제구력으로 상대타선을 압도했다.

재밌는건 레이예스의 호투에 비밀이 숨어있다는 것. 레이예스는 LG전을 앞두고 3루측 원정 라커룸에서 약 30분간 달콤한 낮잠을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에어컨 바람이 바로 나오는 위치에서 잠을 자 경기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냉방병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1회부터 최근 경기와는 확 달라진 완벽한 제구를 선보였다. 경기 내내 안정적인 투구가 이어졌다. 경기 후 SK 덕아웃에서는 "냉방병 때문에 레이예스가 제구력을 되찾았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26일 경기를 앞두고 이 얘기를 들은 SK 이만수 감독의 얘기가 압권. 이 감독은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방에서 재워라"라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레이예스의 호투가 그만큼 반가웠다는 뜻이다.

덕아웃에서 만난 레이예스는 냉방병 효과에 대한 얘기를 들은 뒤 웃으며 "경기 전 당이 떨어진 느낌이었는데 초코바와 이온음료를 마시고 등판한게 도움이 됐다. 무너진 밸런스를 찾기 위해 비디오 분석 등 노력을 많이 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즌 초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때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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