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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김진우, "류제국은 라이벌이 아니다"라고 한 이유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5-15 21:12 | 최종수정 2013-05-16 06:13


8일 광주무등구장에서 프로야구 KIA와 롯데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KIA 선동열 감독이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5.8

"라이벌이라고 할 수는 없지. 이뤄놓은 성적이 없잖아."

과거에 아무리 화려한 명성을 얻었던 들 현재에 이뤄놓은 것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과거 한때 어깨를 나란히 했던 '라이벌'이라도 세월이 흘러 서로간의 입장이 달라졌다면 관계를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라이벌'이란 결국 지금 현재에 서로 팽팽하게 대치를 이룰 수 있는 인물들에게 붙여야 합당한 수식어다.

이는 '라이벌'이라는 단어에 대한 KIA 선동열 감독의 생각이다. 선 감독에게 '과거의 명성'은 중요하지 않다. 사실, 현재 프로에 이름을 올려놓은 선수들 중에 아마추어 시절 '한 끗발' 날리지 못했던 인물이 어디 있으랴.

선 감독의 이러한 생각은 19일로 예정된 KIA 김진우와 LG 류제국의 선발 맞대결에 관한 언급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동갑내기인 김진우와 류제국은 각각 광주진흥고와 덕수상고(현 덕수고) 재학시절 엄청난 성공 가능성을 지닌 '초고교급 투수'로 각광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두 선수의 기량이 대비되며 '라이벌 관계'가 만들어졌다.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4일 광주구장에서 열렸다. KIA 선발 김진우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광주=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5.14/
두 선수의 고교 시절 맞대결은 1승1패. 2학년 시절인 2000년 봉황대기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발 맞대결을 펼쳐 진흥고의 6대0 완승을 이끈 김진우가 이겼다. 1년 뒤에 다시 맞대결이 펼쳐졌는데, 당시 김진우는 선발이 아닌 8회에 구원등판해 5점을 내줬다. 결국 두 번째 대결은 삼진 12개를 잡아내며 팀의 13대9 승리를 이끈 류제국의 판정승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12~13년전, 아마추어 고교생 때의 이야기다. 이후 두 선수는 1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류제국은 실패의 쓴 맛만 본 채 한국으로 돌아왔고, 결국 올해 LG에 입단했다. 입단 협상 과정에서 약간의 잡음도 있었다. 김진우 역시 2002년 고교 졸업 후 KIA에 입단해 그해 12승을 따냈지만, 2006년 이후 약 5년간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지난해 다시 10승 투수 반열에 오르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런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선 감독은 19일 두 선수의 맞대결을 '라이벌 대결'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지 않다고 했다. 15일 광주 SK전을 앞둔 선 감독은 "라이벌이라는 말은 좀 맞지 앉는 것 아닌가"라며 "류제국의 경우 프로에서 보여준 것이 전혀 없다. 이뤄놓은 성적이 없는 신인 투수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류제국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원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지 않나. 그냥 다른 경기처럼 상대 선발과 우리 선발의 대결일 뿐"이라며 경기 전부터 지나치게 분위기가 과열되는 것을 경계했다.

김진우 역시 류제국에 대해 특별히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전날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따낸 김진우는 "제국이와는 고등학교 시절에 같이 야구를 한 친구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서로 연락을 주고 받기도 했다"면서 "다시 맞대결을 펼치게 됐지만, 특별히 라이벌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 같이 잘 던졌으면 좋겠다"며 한국 프로무대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친구를 향해 덕담을 건넸다. 과연 12년의 세월을 보내고 성인이 된 김진우와 류제국이 어떤 대결을 펼칠 지 기대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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