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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박자 척척 한화 이게 바로 이기는 야구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5-14 22:00


한화 김태균이 1회 무사 1,3루서 희생플라이를 날린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이날 한화는 올시즌 들어 가장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치며 선두 넥센을 잡는데 성공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게 바로 이기는 야구다.

넥센과 한화의 경기가 벌어진 14일 목동구장. 한화는 올시즌 첫 목동 방문이었다. 경기전 넥센 염경엽 감독이 1루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김응용 감독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다가왔다. 염 감독은 김 감독을 보더니 모자를 벗고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두 차례나 예의를 갖췄다. 의자에 앉아있던 김 감독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염 감독과 악수를 나눴다. 참으로 묘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전날까지 팀을 선두로 이끈 염 감독은 초보 사령탑. 반면 현장을 떠난지 9년만에 돌아와 통산 23시즌째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시즌 초반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경기를 펼칠 때마다 배우는 것이 많다고 한 염 감독은 '대선배'와의 일전이 마냥 편할 수만은 없는 상황.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2연전에서는 넥센이 모두 이겼지만, 한화가 개막 13연패 이후 5할 승률을 올리며 페이스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한화를 결코 만만히 볼 수는 없었다.

염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투타에 걸쳐 나흘을 쉬고 경기에 임한 한화를 당해내지 못했다. 한화는 올시즌 들어 가장 '수준높은' 경기를 펼치며 7대2의 완승을 거뒀다. 깔끔한 이어던지기, 타선의 집중력, 안정적인 수비 등 공수주 3박자가 척척 들어맞았다.

선발 김혁민의 호투가 원동력이 됐다. 김혁민은 2회말 넥센 이성열에게 솔로홈런 한 개를 내준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7이닝 5안타 1실점. 지난 3일 대전 SK전서 시즌 첫 승을 거둔 이후 11일만에 2승째를 따냈다. 김혁민에 이어 8회부터 윤근영 정대훈 김광수가 마운드를 물려받아 나머지 2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답답하기만 했던 타선이 봇물 터지듯 살아난 것이 의미가 컸다. 한화는 주자를 내보낸 5개 이닝 가운데 세 차례나 득점에 성공했다. 짧게 끊어치는 팀배팅과 재치있는 베이스러닝으로 넥센 수비를 무너뜨렸다. 1회 우중간 안타로 출루한 이대수가 상대 선발 김영민의 견제 실책을 틈타 2루까지 진루하자 2번 한상훈이 좌측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3번 최진행이 볼넷을 고르는 사이 상대의 폭투로 찬스는 무사 1,3루로 이어졌다. 이어 4번 김태균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한 점을 보탰다. 기선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중심타자들이 신중한 타격으로 제몫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2-1로 앞선 6회에도 1사 만루서 5번 김경언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추가하며 3-1로 도망갔다. 한화 타선의 집중력은 7회 공격서 최고조로 발휘됐다. 1사후 박노민 고동진 이대수의 연속안타로 만든 무사 만루. 이날 승리의 '히어로'인 한상훈이 넥센 투수 이정훈의 142㎞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루타를 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화는 득점권 찬스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6회말 3루수 오선진이 강정호의 파울플라이를 놓치는 실책 한 개를 범했지만,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유격수 이대수, 중견수 김경언 등이 까다로운 타구를 여러차례 잡아내며 투수들에게 힘을 실어 줬다. 특히 포수 박노민은 1회 장기영, 5회 서건창 등 상대 주자의 두 차례 2루 도루를 모두 잡아내며 선발 김혁민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김응용 감독도 경기후 "김혁민도 잘 던졌지만, 오늘의 경기는 박노민이 최고였다. 도루 저지 100%가 오늘 처음인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화는 이날 넥센전을 시작으로 오는 26일까지 1~4위 팀과 잇달아 12경기를 치른다. 올시즌 운명이 걸렸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시점에서 선두 넥센을 잡은 한화는 레이스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목동=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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