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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가 안 나와 고민입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삼성 최형우. 그가 '무릎팍도사' 앞에 앉는다면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것이다. 13일 현재 113타수37안타, 타율 0.327이다. 하지만 문제는 장타다. 37안타 중 장타는 5개(홈런 3개, 2루타 2개) 뿐. 2011년 홈런왕 출신이자 '최강 타선' 삼성의 4번타자 최형우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에 차지 않는 결과다.
상대 팀 야수들이 더 잘 안다. 특히 외야수들은 딜레마다. 통상 외야진은 최형우의 장타력을 감안해 뒷선으로 물러선 시프트를 취한다. 내-외야 사이에 공간이 넓어진다. 장타자들만의 특권. 최근 들어 자주 빗맞은 타구가 많이 나오면서 텍사스 히트가 늘었다. 외야수들로선 앞으로 전력질주하고도 눈 앞에서 톡 떨어지는 안타에 약이 바짝 오를만한 상황. 타 팀 후배들이 최형우를 보고 "똑딱이 형 오셨어요?"라고 농담을 던지는 이유다.
14일 잠실 두산전도 '텍사스 히트' 행진은 이어졌다. 1-0으로 앞선 1회초 1사 3루. 첫 타석에 선 최형우는 0B2S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두산 선발 이정호의 바깥쪽 패스트볼을 툭 밀었다. 빗맞은 팝업에 우중간 쪽으로 깊은 수비를 하고 있던 중견수 이종욱과 좌익수 김현수가 열심히 달려왔지만 좌중간 앞 쪽에 톡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 삼성에 꼭 필요했던 2득점째 적시타였다. 3회 1사후 맞은 두번째 타석에서도 최형우는 첫 타석과 비슷한 빗맞은 타구를 날렸지만 이번에는 전력질주한 김현수의 글러브 속에 들어갔다. 5회 3번째 타석에서 최형우는 땅볼 중전안타로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역시 '단타'였다. 거포의 특권 '텍사스 안타'에 맘껏 웃을 수만은 없는 최형우. 상대 외야수들은 더 괴롭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