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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염경엽, 두 감독이 트레이드에 웃은 이유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4-21 10:38 | 최종수정 2013-04-21 10:38



"약속을 지켜준 것 같더라구요."

넥센과 NC는 지난 18일 '좋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서로의 필요성에 의해 한 3대2 트레이드다. 넥센은 약점인 불펜진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송신영을 2년만에 친정으로 복귀시켰다. 그리고 NC는 외야수 박정준과 내야수 지석훈 이창섭을 받아 부족한 야수 자원을 보강했다.

송신영은 팀에 합류한 19일부터 환대를 받았다. 옛 동료들은 "어디서 재활하고 온 거 아니냐?"는 식으로 장난을 치며 반갑게 그를 맞아줬다. 99년 현대에서 데뷔해 줄곧 뛰어오던 익숙한 팀. 송신영은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 언제나 다녀던 길을 지나 야구장에 왔다. 다들 '안 어색하다', '아파서 잠시 재활하고 온 것 아니냐'고 말해줘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경기에선 6개월 가까이 이 몸담았던 NC를 상대로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아내기도 했다. 경기 후 "평소 목동에서 마운드에 올랐을 때와 똑같았다. 팬들이 환호해주고, 내 등장음악을 듣게 돼 감회가 남달랐다"며 "첫 등판이 동점 상황이라 조금 압박은 있었지만, 그래도 내 공은 던진 것 같다. 무엇보다 팀이 이겨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목동구장에서 진행된 송신영의 환영식 모습.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송신영이 이렇게 남다른 감회를 느낀 그 순간. 양팀 감독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사실 두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 미국 애리조나에서 만나 비슷한 얘길 나눈 적이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1차 전지훈련, 서프라이즈에서 훈련하던 넥센과 투산에 있던 NC는 세 차례 연습경기를 가졌다.

그때 친정팀인 넥센 선수들을 만나 격의없이 지내고,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네는 송신영의 모습을 본 두 감독은 "신영이가 넥센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대화를 나눴다.

물론 당시엔 농담조였다. 신생팀 NC 입장에선 중간계투진의 중심을 잡아줄 송신영은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었고, 넥센 역시 2011년 7월 트레이드로 떠나보낸 뒤 FA와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LG, 한화, NC를 전전하게 만든 것 같아 그저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하지만 그 농담은 현실이 됐다. 트레이드 때 두 감독이 움직인 건 아니었다. NC 김경문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 모두 구단에서 움직인 트레이드에 'OK' 사인을 낸 게 전부였다.


김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농담으로 얘기했던 게 현실이 됐다. 사실 트레이드를 하면 정말 보내기 싫고, 미안한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신영이를 보낼 땐 눈물이 다 나더라. 고참으로서 어린 투수들을 많이 도와줬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2013 프로야구 한화와 NC의 주중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18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경기 전 넥센에서 NC로 트레이드 된 이창섭, 지석훈, 박정준(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4.18/
송신영을 품에 안은 염경엽 감독도 비슷한 얘길 했다. 염 감독은 NC로 떠나보낸 야수 세 명을 떠올렸다. 그는 "기분이 좋다. 내가 말 한대로 되서 그게 좋다"라며 웃었다. 무슨 말이었을까.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가 끝난 뒤 강진에서 셋을 만났다. 지석훈은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이 끝난 뒤 대만에서 진행중인 2군 전지훈련에 합류했고, 박정준과 이창섭은 계속 대만서 2군 훈련중이었다.

그는 "너희는 프로야구 선수다. 이 팀에서만 야구하는 건 아니다. 사실 2군 내려가서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게 프로 선수의 마음가짐인가.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말해줬다. 마무리훈련 때부터 전 선수단에 강조하던 말이지만, 시즌 시작을 앞두고 강진에 내려가 직접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줬다. 감독이 아닌, 야구 선배로서 해준 따뜻한 조언이었다.

염 감독은 "여기선 기회가 적었을 지라도 가서 잘 했으면 좋겠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하면, 이처럼 좋은 케이스가 나온다. 충분히 다른 팀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선수들 본인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중인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넥센히어로즈가 11일오전 (한국시간)투산의 하이코벳 필드에서 연습경기를 가졌다. 경기전 NC 김경문 감독이 경기를 위해 피닉스에서 3시간을 달려온 염경엽 넥센 감독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투산(미국 애리조나)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2.11/
사실 넥센과 NC가 단행한 트레이드는 대형 트레이드라 보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1.5군에서 2군 선수가 핵심이 된 '군소' 트레이드다. 하지만 넥센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이들에겐 '기회의 장'이다. 특히 2003년 롯데에 1차 지명된 박정준과 같은 해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현대에 지명된 지석훈 같은 '만년 유망주'들에겐 '기회의 장'이다. 아직 숨어 있는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트레이드는 실패했을 때 후폭풍이 크다. 거대한 모기업을 둔 보통의 팀이라면, 건네준 선수가 터졌을 때 윗선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팬들을 비롯해 안팎의 비난에 시달리기 일쑤다. 이들 입장에선 안 하니 못한 것이다. 이게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A급 선수가 아닌, B급 선수가 트레이드 후 A급 선수가 된 사례는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B급 선수를 내준 구단이 배 아파할 일은 아니다. B급 선수는 어차피 기회도 잡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선수로 조용히 선수생활을 마감했을 것이다.

NC와 넥센은 분명 이 부분에선 '오픈 마인드'다. NC의 경우는 여전히 "우리에게 트레이드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고 외친다. 선수를 위해 '좋은' 트레이드는 활성화 되야만 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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