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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6이닝 1실점 호투, "감독님의 조언이 나를 바꿨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3-22 16:11


9일 광주구장에서 한화와 기아의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열렸다. 기아 선발 양현종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3.09/

"한번 잘하고, 다음에 못했으니, 오늘은 또 잘 하겠지."

허허 웃으며 말하는 KIA 선동열 감독의 농담 속에는 뼈가 담겨 있다. 올해 팀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며 기대를 걸고 있는 좌완 투수 양현종이 시범경기에서 들쭉날쭉한 투구를 보이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분발의 촉구를 농담에 담은 것이다. 모름지기 선발투수는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데, 양현종은 아직 이런 점에서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양현종은 시범경기 첫 번째 선발등판(9일 광주 한화전 5이닝 4안타 1볼넷 무실점)에서는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더니 다음 등판(17일 광주 두산전 4이닝 7안타 4볼넷 4삼진 5실점)에서는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로 한꺼번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 때문에 선 감독은 22일 포항 LG전에 양현종을 선발로 내세우며 안정감 있는 모습을 주문한 것이다.

이러한 선 감독의 바람이 양현종의 집중력을 끌어올린 것일까. 양현종은 이날 다시 안정적인 투구를 하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양현종은 LG 타선을 상대로 6이닝 동안 3안타 9삼진을 1점 밖에 내주지 않으며 승리를 따냈다. 특히 볼넷을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은 점이 돋보였다.

이날 시범경기 최다인 93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직구 최고구속이 148㎞까지 나왔다. 직구(138~148㎞) 52개와 슬라이더 27개(124~134㎞) 체인지업 11개(121~130㎞) 커브 3개(105~110㎞)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는데, 주무기는 역시 직구였다. 날카로운 직구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모습에서 16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2010년의 모습이 묻어나왔다.

1회말 삼진 1개를 포함해 세 타자를 가볍게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산뜻하게 출발한 양현종은 2회말에 안타 1개를 맞았으나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역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그러자 KIA 타선은 3회초 공격에서 무사 만루 찬스 때 이범호의 3루수 앞 땅볼로 1점을 먼저 뽑아 양현종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그러나 양현종은 팀 타선이 선취점을 뽑은 바로 직후 실점하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1-0으로 앞선 3회말 8번 조윤준과 9번 정주현을 연속 삼진으로 잡은 양현종은 1번 오지환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손주인에게도 우전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다시 3번 이병규(7)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은 막아냈다.

위기를 넘긴 이후부터는 완연하게 안정세를 찾았다. 팀 타선도 4회초 대거 5점을 뽑아주며 양현종을 도왔다. 양현종은 4회부터 6회까지 3이닝 동안 9타자를 연속 범타처리하며 마운드에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호투를 보여준 양현종은 경기 후 "오늘은 전반적으로 직구의 제구가 잘 돼 만족스러웠다"면서 "지난번 경기에서는 자신감이 부족했었는데, 오늘은 내 공을 믿고 자신있게 던졌다"는 소감을 밝혔다.


특히 양현종은 지난 경기 부진 후 선 감독의 특별한 조언이 이날 안정적인 호투의 밑거름이 됐다고 털어놨다. 양현종은 "감독님께서 지난 두산과의 경기 후에 따로 불러 좋은 말씀을 해주신 게 힘이 됐다"면서 "당시 감독님께서 나에게 '상대방을 이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정신을 재무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오늘 차일목 포수의 리드도 좋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자기 스스로를 이기는 법을 깨달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양현종이 정규시즌에도 안정감을 이어갈 수 있을 지 기대된다.


포항=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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