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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두 용병의 이색적인 우정 눈에띄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2-24 22:53 | 최종수정 2013-02-25 07:32


삼성의 새 용병투수 밴덴헐크(오른쪽)와 로드리게스가 전지훈련 도중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헐크가 A로드 통역관이다."

삼성의 새로운 두 용병 투수의 훈훈한 우정이 화제를 낳고 있다.

삼성이 2013년 마운드를 책임질 새로운 재목으로 영입한 외국인 듀오는 릭 밴덴헐크(28)와 아네우리 로드리게스(26)다.

밴덴헐크는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이례적으로 네덜란드 출신이고, 로드리게스는 도미니카공화국 국적이다.

국민성과 피부색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너무 많은 용병 듀오다. 농구선수 뺨치는 높이(밴덴헐크 1m96, 로드리게스 1m95)에서 내리꽂는 파워피칭으로 삼성 코칭스태프로부터 이미 신임을 받았다.

둘 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다고 해서 거만하기는 커녕 수 년째 삼성에 몸담았던 선수처럼 금세 국내 선수들과 친숙해져 '복덩이'라는 소리까지 벌써 듣고 있다.

그런 그들이 그들만의 훈훈한 우정까지 쌓아가고 있다. 언어와 별명을 통해서다.

밴덴헐크는 올해 초 입단때부터 능숙한 외국어 구사능력으로 화제에 올랐다.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는 물론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4개국 언어에 능통하다. 당초 6개국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 구단이 정확하게 확인한 결과 4개국으로 판명났다고 한다. 아무튼 스포츠 선수가 4개국 언어를 구사한다는 사실만 하더라도 이색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밴덴헐크는 이처럼 훌륭한 언어능력을 이용해 '재능기부'까지 하고 있다. 로드리게스의 통역관을 자청한 것이다.

밴덴헐크와 마찬가지로 로드리게스는 삼성의 뉴페이스인 만큼 전지훈련 현장에서 인터뷰 요청을 많이 받게 마련이다. 이럴 때마다 밴덴헐크가 함께 나선다.

로드리게스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의사표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영어면 몰라도 스페인어까지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일본 기자들은 드물다.

스페인어와 영어가 능통한 밴덴헐크가 로드리게스의 스페인어 답변을 들은 뒤 영어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터뷰 뿐만 아니다. 로드리게스가 삼성 동료 선수나 코칭스태프와 의사소통을 할 때도 밴덴헐크가 영어로 통역해주니 이보다 요긴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로드리게스는 "밴덴헐크가 없으면 어디 가서 밥얻어 먹기도 힘들다"며 밴덴헐크를 졸졸 따라다닌다고 한다. 주변에서 "둘이 사귀는 것 아니냐"고 놀려대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삼성의 밴덴헐크(왼쪽)와 로드리게스가 커다란 키를 이용해 아카마구장의 귀빈실 안쪽 창을 통해 연승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그런가 하면 별명 인기몰이에서도 의기투합을 했다. 둘의 또다른 공통점 역시 삼성에 입단해서 재미있고 그럴듯한 별명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내 별명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고 마음에 든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이름 때문에 '헐크'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가진 밴덴헐크는 "원래 한국 프로야구에 헐크라는 별명을 가진 다른 팀 감독(이만수 SK 감독)이 과거 삼성에서 훌륭한 성적을 남긴 선수라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나 역시 별명에 걸맞은 활약으로 팀의 3년 연속 통합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초능력을 가진 영화 주인공 '헐크'가 자신의 별명으로 무척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로드리게스는 'A로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원래 'A로드'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스타 대우를 받고 있는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의 애칭이다. 그는 아메리칸리그 MVP를 3차례나 차지하는 등 최고의 내야수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의 로드리게스는 "재미있는 별명이다. 마음에 든다"면서 "그런데 진짜 로드리게스는 3루수이고 나는 투수인데…"라며 껄껄 웃었다.

'헐크'와 'A로드' 모두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다. 이른바 '별명값'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손을 맞잡은 기특한 용병들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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