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NC의 '맏형'다웠다. 외국인선수의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는 이호준이었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진행중인 NC의 스프링캠프 현장. 주장 이호준은 언제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한다. 후배들에게 주문을 하기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 분위기를 띄울 때가 많다.
이호준은 워밍업 훈련을 마친 뒤 캐치볼을 준비하다 함께 모여 있는 NC의 외국인선수 3인방을 발견했다. 올시즌 NC의 원투스리 펀치를 맡아야할 아담-찰리-에릭, 이른바 'A.C.E.트리오'였다.
이호준은 셋의 이름을 부르며 화제를 집중시켰다. 그가 이들을 부른 이유는 바로 글러브. 셋은 각자 가져온 낡은 글러브와 고창성에게 선물받은 글러브를 손에 끼고 있었다. 이호준의 눈에 셋의 어색한 글러브가 포착된 것이다.
그는 "왜이리 변변치 못한 글러브를 갖고 있느냐"며 탄식했다. 고창성이 현재 협찬받고 있는 회사에서 이름도 하나 박히지 않은 글러브를 여분으로 보내줘 이를 사용하고 있지만,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길이 제대로 들여지지 않은 일반 판매용 글러브에 가까운 상태였다.
|
이 말을 전해 들은 에릭은 곧장 이호준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정확히 말했다. 현재 아담과 찰리, 에릭은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상태. 어색할 수 있는 한국어 발음을 또박또박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호준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사실 선발로 나오는 외국인선수들은 어느 회사든 협찬해주고 싶어 한다. 캠프 때부터 좋은 글러브를 꼈으면 하는 생각에 전부터 알고 있던 주문형 글러브 업체에 부탁하려 한다"며 웃었다.
선수들에게 야구용품을 후원하는 '스폰서'를 통한 선물이지만, 외국인선수들은 들뜬 모습이었다. 찰리는 아담과 에릭이 캐치볼을 하러 나간 순간에도 통역과 함께 한창 원하는 글러브 스타일에 대해 한참 얘기를 나눴다.
사실 외국인선수는 팀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기 쉽다. 선수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NC의 주장 이호준은 세심한 배려를 보였다. 역시 든든한 '맏형'다웠다.
투산(미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