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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SK 이만수 감독에게 B 플랜이 있을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2-10-25 21:51 | 최종수정 2012-10-26 06:29


25일 오후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과 SK의 경기가 열렸다. 7회말 2사 1루에서 SK 이만수 감독이 박정배를 마운드에 올린 후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승부는 이미 끝나버렸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삼성 류중일 감독이나 선수들이 "SK와의 한국시리즈는 예상보다 길게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삼성이 절대 우세할 것이라고 했던 예측과 다른 답변이었다. 단순히 상대 입장을 생각한 '방송용 멘트'가 아니었다.

SK 투타의 힘이 만만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에서 5게임을 치렀지만, SK 투타의 체력이 그리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본다면 박빙, 즉 '1점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 2차전 모두 삼성이 가져갔다. 1차전은 힘으로 SK를 눌렀고, 2차전은 완승을 거뒀다.

문제는 SK에 있다. 이 시점에서 삼성과 SK의 용병술에서 가장 차이가 두드러지는 단 한 가지. 'B 플랜'의 유무다.

삼성은 철저하게 준비했다. 기존의 두터운 선발진을 한껏 활용한 전술. '1+1 선발'이다. 선발 뒤에 또 다른 선발을 대기시켜놓는 용병술이다. 최근 3년간 삼성과 SK가 번갈아 가며 재미를 봤던 전술이다. 선발의 초반 난조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승부처를 결국 필승계투조까지 끌고 가는 이점이 있다. 선발투수의 기복을 최소화시킨다는 장점이다.

삼성은 1차전에서 윤성환을 선발로 내세운 뒤 흔들리자 6회 심창민을 내세웠다. 2차전에서도 호투한 장원삼 이후 고든을 출격시켰다.

그런데 SK는 B 플랜이 없는 것 같다. 2차전 승부를 가른 장면의 3회 최형우의 만루홈런이다. SK에게 중요한 것은 그 이전 상황이다. 마리오는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2점을 내준 뒤 이승엽과 박석민에게 연거푸 볼넷을 허용했다. 그 과정에서 로진백을 세게 집어던지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이 감독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결국 만루홈런을 맞은 뒤 사실상 패전처리용인 최영필을 올렸다. 승부는 이미 갈린 뒤였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그랬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송은범은 1회에만 4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3점을 허용한 뒤 5회에 비로소 박정배로 교체했다. 결국 3차전을 1대4로 패하며 벼랑끝에 몰리기도 했다. 5차전에서야 흔들리던 김광현을 내리고 2회 채병용을 조기투입했다. 선발과 롱 릴리프를 겸할 수 있었던 그는 4차전까지 이 감독이 쓰지 않던 카드. 최근 연습경기에서 부진한 투구를 보였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채병용은 4이닝동안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SK 한국시리즈 진출의 디딤돌을 놨다.

물론 삼성의 선발진이 SK보다 더 두터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SK에도 롱릴리프 요원이 충분히 있다. 채병용 박정배가 있고, 5인 선발 중 송은범과 부시를 내세울 수도 있다.

조직력이 워낙 뛰어난 두 팀의 한국시리즈가 '1점 승부'인 것을 감안하면, B 플랜은 옵션이 아닌 필수조건이다. 게다가 2차전은 SK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따내기 위해 지켜야 할 1차 마지노선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반격도 없이 허무하게 돌파당했다. 이런 식이라면 "(한국시리즈에서) 깜짝 놀라게 해 주겠다"는 이 감독의 호언장담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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