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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벽이 높다는 걸 빨리 깨닫고 이를 악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대전구장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김태균은 최근 한화 구단 오성일 홍보팀장과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혀 최고의 신인으로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던 모양이다.
당시 하주석은 일본 미야자키에서 교육리그에 참가한 뒤 나가사키 마무리훈련지로 합류한 터라 아직 대선배 김태균을 대면하지 못했다.
"수비는 일품이라는 평가지만 방망이는 좀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는 오 팀장의 대답이 나오자 김태균은 과거를 회상하며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을 쏟아냈다.
김태균이 떠올린 과거는 2001년 프로에 데뷔했을 때다. 당시 김태균은 최고의 신인으로 하주석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넘쳤단다. 고교 시절 청소년국가대표 동료였던 추신수의 볼을 홈런으로 쳐낸 실력도 있는데 프로에서 뭘 못하겠냐는 생각도 했다. 사실 하늘 높은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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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에 프로 경기에 출전하니 그런 자신감은 과분했다는 사실을 금세 깨우칠 수 있었다.
김태균은 "포수 미트에 볼이 꽂히고 난 뒤 방망이를 휘두른 적도 있다"면서 "나는 왜 이렇게 타격을 못하는 걸까. 내가 이것 밖에 안되나하고 실망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실망감으로 인해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이 됐단다. 김태균은 아마추어에서 잘나갔다는 게 '우물 안 개구리'나 다름없었다는 사실을 깨우쳤고, 이를 악물고 더욱 열심히 훈련하는 계기로 삼았다.
그 때 뼈아픈 자각을 빨리 했던 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자양분이 됐다는 게 김태균의 진단이다.
김태균은 "나도 신인 때 그랬다. 아마추어 최고였다고 방심하면 안된다"면서 "프로에 비하면 나는 별 것 아니었다는 사실을 빨리 느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균은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하주석을 다음달 초에나 만날 수 있다. 그 때 쯤이면 김태균도 정식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을 것이다.
오 팀장은 "하주석이 돌아오면 김태균이 선배로서 더욱 알찬 충고를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대화 감독으로부터 "싹이 보인다"며 칭찬을 받았던 신인 하주석은 야구인생 최고의 멘토를 얻게 됐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