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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4이닝이었지만, 삼성, KIA, 롯데는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어쩌면 '올 게 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이날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삼성 타자들은 김광현에 무력했다. 140㎞ 중, 후반대의 직구와 130㎞대의 슬라이더, 그리고 간간이 섞인 슬로커브에 타격 타이밍을 좀처럼 맞추지 못했다. '압도적'이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 장면들이었다.
선발난에 허덕이고 있는 SK로서는 천군만마다. 특히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있어 더욱 그렇다. '에이스의 귀환'이 SK에게 가져올 시너지 효과의 폭은 그 정체를 알 수 없다.
89일 만의 1군 복귀 무대(20일 부산 롯데전). 그리고 지난달 25일 LG전 선발. 5⅓이닝 동안 7안타 1탈삼진 볼넷 2개, 2실점. 괜찮은 투구였지만, 에이스로서는 부족했다.
투구밸런스가 미세하게 흔들렸고, 컨트롤이 좋지 않았다. 8일 뒤 그는 4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긍정적인 면이 여러 개 포착됐다.
기본적으로 잔부상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부담감을 완벽히 떨쳐냈다. SK 김상진 투수코치는 "그동안 실전 등판에서 조금씩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투구밸런스는 완벽에 가까워지고 있다. 팔꿈치 부상에 의한 모든 부담을 떨쳐냈다고 본다"고 했다.
부가적인 소득도 있었다. 자신의 볼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지난해 베스트 컨디션일때와 비슷한 점. 마운드에서 여유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졌다. 올 시즌 그는 굴곡이 많았다. 갑작스러운 안면마비에 의한 재활, 그리고 1, 2군을 오가며 팔꿈치 부상까지 입었다. 절치부심끝에 여기까지 왔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의 여유를 얻었다.
그는 '배수의 진'을 쳤다. "부상에 대한 부담은 없다. 오직 우승을 위해 뛸 것"이라고 굳은 각오를 말했다. 사실 복귀를 한 뒤 확실한 멘트는 피하는 법이다. 그러나 김광현은 그렇지 않았다. 올 시즌 우여곡절은 마운드의 여유로움으로 이어졌다. 결국 지난 시즌 보이지 않던 완급조절도 가능해졌다. 물론 '류현진급'의 완급조절은 아니지만, 김광현의 위력적인 구위를 생각하면 최근 가지는 마운드의 여유로움은 상대 타자들에게 더욱 공포다.
그러나 아직 입증해야 할 부분이 남았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다. 에이스라면 최소 7회 이상을 던져줘야 한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더욱 그렇다. 올 시즌 김광현의 공백은 길었다. 그리고 선발복귀 후 6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다. 양상문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실전적응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부상공백으로 인한 지구력의 약화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5회 이후 볼의 힘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