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10대1 인터뷰] 롯데 손아섭, "내 수비는 아직도 최하 수준."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1-08-29 11:29 | 최종수정 2011-08-29 13:17


롯데 손아섭이 동료들이 질문한 '10대1 인터뷰'를 끝낸 뒤 방망이를 잡고 포즈를 취했다. 목동=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이번 10대1의 인터뷰의 주인공은 롯데의 손아섭이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타격하고 1루로 전력질주 하는 '무조건 열심히 하는 선수' 손아섭은 롯데의 3번타자로 활약하며 29일 현재 타율 3할2푼(6위), 70타점(6위), 63득점(4위) 등 공격 주요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롯데의 상위권 도약에 큰 힘이 됐다. 여러가지 재밌는 이슈거리가 있었던 손아섭인 만큼 질문도 기술적인 것에서 개인적인 것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겹친 질문은 딱 하나였다. 최 희(KBSN스포츠) 아나운서와의 관계였다.

-같은 외야수로 평소 플레이를 관심있게 봤다. 손아섭하면 파이팅의 대명사로 통한다. SK 정근우와 부산고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부산고 출신들은 원래 파이팅이 좋은가. 네 생각에 둘 중 누가 더 파이팅이 좋나. 야구를 떠나 사생활에서도 파이팅이 좋은가.(넥센 유한준)

근우 형과 저는 스타일은 다른 것 같아요. 근우 형은 뭐랄까…. 상대팀을 괴롭히는 파이팅? 저같은 경우는 아직은 위치가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고 있죠. 제 자리가 확고해져도 열심히 할 것이지만…. 제가 생각해도 부산고 출신들이 파이팅과 투지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고 조성옥 감독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게 잘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하는 것, 점수차와 상관없이 베스트 플레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계신 추신수 선배님이나 근우 선배님, 우리팀의 손용석 선배님 등 모두가 파이팅이 좋은 것 같아요. 모든 선수가 자존심이 있지만 저는 유독 강해서 친구들을 만나도 제가 이끄는 스타일이예요. 성격이 사납다보니 어렸을 때는 싸움도 많이 했고요. 그런데 야구할 때는 이런 성격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름을 바꿨는데 아직 생소해서 광민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름 바뀌고 나니 팔자도 변하고 야구도 변했나. 나도 개명이나 해볼까.(SK 정근우-부산고 선배)

(손아섭은 2008시즌 후 손광민에서 개명했다) 중요한 순간 다치기도 하고 돈 복이 없는 이름이라고 해서 바꿨는데 지금 이렇게 결과로 보면 이름을 바꾼게 잘된 것이죠. 사실 바꾸고 난 다음 시즌(2009년)에 고생하고 성적도 안나고 해서 후회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아섭이란 이름이 독특하기도 하고 마음에 와 닿아서 그 이름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형님은 야구 잘하시는데요 이름 바꾸실 필요가 있을까요?


-너 시즌 초에 나한테 방망이 줘서 지금 잘 치고 있는 것 같다. 더 잘 치기 위해서는 나한테 계속 방망이를 줘야 하는 거 아니냐.(SK 안치용)

형님 원래 제가 쓰는 방망이는 다른 사람한테 주지 않는데, 형님한테만 친하니까 특별히 드린 거였습니다. 그러나 잘치고 있는 것은 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드릴 생각 없습니다. ㅋㅋ

-롯데팬들이 워낙 열성적이라 부산에선 밖에 나가면 팬들이 잘 알아볼 것 같은데, 그것 때문에 생활에 불편은 없나요.(두산 정수빈)

처음엔 팬들이 알아보고 사인도 해달라고 하는 게 신기하고 재밌고 좋았지. 그런데 너무 많이 알아봐 주시니까 아무래도 어떤 때는 불편하기도 해. 특히 사람을 만날 때 좀 그런데, 하다못해 사촌누나랑 있어도 애인과 있다는 소문이 나더라고. 그래도 이젠 좀 익숙해졌어.

-올해 유독 높은 공에 큰 강점을 보이는 것 같은데 잘 치는 비결이 무엇입니까.(KIA 안치홍)

내가 원래 높은 공을 좋아해. 높은 공을 잘치기도 하지만 또 많이 속지. 내 생각으론 스윙이 다른 타자들에 비해 짧고 빠르기 때문에 잘치는 게 아닐까 싶다.

-정말 요즘 보면 '막친다'는 기분이다. 그만큼 잘치고 있는데 타석에 들어가기 전 노림수를 갖고 타격을 하는지 순간순간 날아오는 공에 대처하는 지 궁금하다.(KIA 나지완)

거의 10번 중 9번은 순간순간 날아오는 공에 대처하지, 노림수를 가지고 치지는 안습니다. 노림수가 필요한 상황이 있긴 한데요. 확률적으로 직구 혹은 변화구 구사가 매우 높은 투수가 나올 때는 노리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나머지는 그냥 보이는대로 칩니다.

-너 예전에는 나한테 연락 잘하더니 야구를 잘하니까 뜸해진 것 같다. 형이 좀 섭섭한데, 야구를 잘하면 형에게 연락 안해도 되냐. 뜸해진 이유라도 있냐.(두산 이원석-예전 롯데 팀동료)

(난처한 표정으로) 절대적인 오해입니다. 사실 조금 연락이 뜸해진 건 사실이고 인정하는데 형도 바쁘시면 제가 전화해도 안 받으시잖아요. 그러다보니 언제 전화를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어쩌다보니 뜸해진 것 같습니다.

-저도 배트스피드가 빠른 편이라 생각하는데, 선배님은 더 빨라요. 우리나라에서 톱클래스인 것 같은데 원래부터 빨랐나요. 아니면 많은 훈련으로 빨라진건가요.(삼성 김상수)

어릴 때부터 스윙스피드가 느린 편은 아니었는데 거기서 연습을 많이 해서 더 빨라졌다고 생각해. 70%가 타고났다면 30%는 노력으로 만들었다고 할까. 내 생각으로는 순발력이 좋은 선수가 스윙이 빠른 것 같아서 단거리를 전력으로 많이 뛰어 순발력을 높이려고 해. 또 스윙 연습을 많이 한다. 아무래도 티배팅 등 공을 치는 것보다는 그냥 스윙만 하는게 좀 더 스윙스피드가 빨라지는 것 같다. 난 단체훈련보다는 개인훈련에 중점을 많이 두고 또 시간도 많이 투자해. 그러면서 스윙훈련을 많이 했는데 쉴 땐 쉬다가도 할 땐 시간에 관계없이 마음에 들때까지, 내가 원하는 느낌이 나올 때까지 돌리지.

-체구에 비해 빠른 배팅 스피드를 가졌다. 힘도 좋아보이고. 하체와 허리가 튼튼한 것 같은데, 하체나 허리 강화를 위한 특별 훈련이라도 하는지.(한화 장민제)

웨이트트레이닝의 결과라고 생각해. 시즌이 끝나는 10월말부터 전지훈련 가기 건인 1월 초까지 3개월 정도를 3∼4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해. 꾸준히 개인 트레이너와 스케줄을 짜서 해왔는데 중량도 무겁게 해서 하는 편이야. 꾸준히 하다보니 이젠 허리와 하체에 힘이 실리는 것을 느껴.

-매경기 매타석을 보면 상당히 적극적이다.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오는데 원래 성격도 그렇게 적극적인가.(한화 김혁민)

제가 성격이 원래 급한 편이죠. 사람을 만날 때도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면서 적극적이죠. 이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조성환 선배처럼 좀 더 침착하게 공을 잘 고르면 좋을 것 같아 이런 부분을 선배들한테서 조언을 듣고 배우려 노력합니다. 그것을 배우면 저의 공격적인 장점과 결합해 더 좋은 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너 왜 자꾸 탑(빅뱅)이나 유아인(탤런트) 닮았다고 우기냐?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네가 나한테 자꾸 얼굴 가지고 지적하는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롯데 황재균)

(웃으며) 제가 형이 저보다 잘생겼다고 인정했잖습니까. 그리고 탑이나 유아인은 제 입으로 말한적이 없습니다. 팬들이 놀린다고 한 건데 형이 잘못 알아들으신 거예요. 전 절대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추성훈 선수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젠 그냥 손아섭이 되고 싶어요.

-경기중 나와 상대할 때 볼카운트 2-0가 되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LG 박현준)

올해 현준이형 상대로 안타가 없는 걸로 기억합니다.(손아섭은 실제로 박현준에 8타수 무안타를 기록중이다) 중요한 순간에도 치질 못했는데요. 정말 까다로운 볼을 던지세요. 보자…. 2-0에서는 제가 쫓기겠죠. 보통 저는 이럴 때 비슷하면 나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정 구질이나 코스를 노리지는 않고요. 근데 형은 포크볼이 좋기 때문에 일단 포크볼을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서 스트라이크존 비슷하게 오면 칠 준비를 합니다. (갑자기 생각난 듯) 이건 제 전략을 공개하는 거네요. 낚였네요.(한숨 쉬는듯 하다 다시 웃는다)

-타구에 상관없이 1루에 무조건 전력질주 하는 것 같은데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냐.(LG 서동욱)

그게 동욱이 형 말이 맞아요. 체력적으로 좀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전력질주를 안할 수는 없어요. 그렇게 뛰다보면 내야안타를 적어도 4∼5개를 건지거든요. 타율이 올라가죠. 요즘은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원래 시즌중에 단거리를 많이 뛰는데 요즘은 단거리 러닝을 좀 줄이고 그 부족한 부분을 경기 때 1루 전력질주하는 것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경기가 곧 훈련인 셈이죠. 이것이 1석2조가 아닐까요. 훈련도 하고 내야안타도 만들고….

-고졸후 바로 입단했는데 혹시 후회해본 적은 없냐? 얼마전에 드래프트도 있었는데 앞으로 진로를 정해야 할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넥센 고종욱-동기)

나는 사실 대학은 생각하지 않았어. 집안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프로에 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또 나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어. 프로 가서 부딪쳐보고 싶었지. 빨리 성공하자는 욕심도 강했어. 대학을 안가봐서 잘 모르겠는데 지금은 한가지만 잘해도 살아남는 세상이잖아. 예전처럼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큰 장점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실력이 된다면 바로 프로에 오는게 좋다고 생각해. 프로에 와도 어차피 적응하고 실력을 키워야 하지만 난 대학 4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실력이 처진다고 생각하면 대학 가서 힘도 붙이고 연습해서 오는게 낫다고 봐. 일단 자기의 실력을 제대로 판단해야겠지.

-뭐 잘 알아서 질문할 건 없는데…. 공격이 참 좋고. 한번씩 호수비도 보여주고 있는데…. 네가 생각하기에 너의 수비 능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냐.(넥센 김민성-동기)

(수비 얘기가 나오자 좀 진지해진다) 내 수비 능력은 사실 지금 다른 구단의 외야수과 비교하면 제일 처지는 아래 등급이라 생각해. 그러나 분명한 건 2008년부터 시작해서 계속 좋아지고 있고 자신감도 붙고 있다는 점이지. 지금은 비록 밑에 처져있지만 무조건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지금은 못하지만 좋아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 희 아나운서와는 어떻게 지내나. 지금도 이상형이야?(SK 안치용, 삼성 안지만)

(오히려 잘됐다는 듯)정말 해명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질문 잘해주셨어요. 일이 이상하게 커졌어요. 제가 나서서 한 것도 아니고 주위에서 몰아가는 경우였거든요. 지금은 알고 지내는 친한 누나들 중 한 명입니다. 제 이상형은 솔직히 제가 많이 못배웠기 때문에 저를 컨트롤해줄 많이 배운 똑똑한 여자입니다. 거기에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는 여자였으면 합니다. 좋은 여자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형,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만나는 여자분들 많은 거 알아요. 현재 만나는 여자분이 몇 분이세요? 그리고 지금까지 사귄 여자친구 수는?(롯데 고원준)

(당황한 듯 기자를 보고) 형님 이거 진짜 오해입니다. 믿으시면 안됩니다. 원준아 내가 원래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여자 친구들이 많았다. 절대 애인이 아니야. 걔들을 만나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진짜 내 생애 24년동안 딱 한번 여자를 사귀었다. 2007∼2008년 2년 가까이 사귀었는데 그게 첫사랑이고 현재까지 마지막 사랑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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